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은 연못가에서 엄마 오리가 알을 품고 있었어요.
톡톡! 빠지직 빠지직! 드디어 아기 오리들이 부리로 알을 깨고 나왔어요.
“꽥꽥, 꽥꽥!!”
"귀여운 아가들아, 어서 나오렴.”
엄마 오리는 귀여운 아기 오리들이 태어나 기뻤지요.
어? 그런데 커다란 알 하나가 아직 깨지지 않았어요.
‘나오려면 좀 더 있어야 하나?’
엄마 오리는 알을 계속 품어 주며 기다렸어요. 드디어 막내 오리가 태어났어요.
“꽥꽥!”
엄마오리는 그만 깜짝 놀랐어요. 이상하게도 막내 오리는 다른 아기 오리들보다 많이 볼품없이 태어났거든요!
‘어머나, 우리 막내는 조금 색다르구나.’
맑고 화창한 여름날, 엄마 오리는 아기오리들을 데리고 개울가로 나갔어요.
“얘들아, 물놀이시간이에요! 재미있게 놀아라.”
“우와 재밋다. 하하하.“
아기 오리들은 잠방잠방 헤엄을 치고, 물에 동동 떠서 발랑발랑 헤엄을 쳤어요.
미운 아기 오리도 물놀이를 하러 물에 들어가려던 순간이었어요. 오리 형제들은 막내 오리를 따돌렸어요.
“너랑 안 놀 거야. 다른 애들이 놀린단 말이야."
“넌 따라오지 마. 너는 미워서 미운 오리구나. 하하하!"
오리형제들은 미운 아기 오리를 부리로 콕콕 쪼아대며 놀렸어요.
막내 오리는 몹시 슬펐어요.
“흑흑. 왜 나만 따돌리는거야? 내가 못생겨서 그런건가 봐. 차라리 멀리 떠나자. 엉엉엉.."
못생긴 아기 오리는 함께 놀아 줄친구를 찾아 길을 떠났어요.
한참을 가다 보니 낯선 늪이 나왔어요.
“오늘은 여기서 쉬어가야겠다. 아이, 다리야."
바로 그 때 기러기 한 무리가 날아왔어요.
기러기 한 마리가 미운 아기 오리에게 말을 걸었어요.
"너는 혼자구나. 우리랑 같이 놀래?”
“좋아!“
아기오리는 이제 친구가 생겼다는 생각에 정말 기뻤어요.
기쁨의 순간도 잠시 뿐, 갑자기 사냥꾼이 쏘는 총소리가 탕탕! 들려왔어요.
기러기떼는 놀라서 하늘높이 순식간에 날아올랐어요. 푸드덕 푸드덕!
잠시 후에 아기오리 옆에 쿵! 하며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어요. 사냥꾼의 총에 맞은 기러기 한 마리가 늪에 떨어진 것이었지요. 그러더니 사나운 사냥개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왔어요 미운 아기오리는 너무 무서워서 오들오들 떨며 숨을 죽였어요.
사냥개는 아기오리 옆을 지나며 킁킁 냄새를 맡더니 이내 돌아서서 저만치 뛰어갔어요.
‘아, 내가 너무 못생겨서 사냥개가 그냥 지나쳐갔나봐…’
미운 아기오리는 고개를 떨구고 타박타박 들판을 걸었어요.
어느덧 바람이 서늘해졌어요. 아기오리는 어느 작은 집앞을 서성이고 있었어요.
그 집에는 할머니가 고양이와 암탉을 키우고 있었지요.
“아유, 불쌍한 것. 추운데 밖에서 혼자 떨며 다니다니.”
할머니는 아기 오리를 감싸 안고서 집으로 데려와 잘 보살펴 주었어요.
그런데, 할머니가 안 계실 때, 고양이와 암탉은 아기오리를 괴롭혔어요.
"꼬꼬댁 꼬꼬꼬꼬, 난 달걀을 낳을 수 있어.”
“어험, 난 쥐를 잡고 집을 지키지. 야옹! 꼬마야, 넌 뭘 할 수 있지?"
“저, 전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쓸모도 없는 주제에 할머니 밥만 축내겠다는 거야?"
“썩 나가!”
아기 오리는 할머니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지요.
가을이 지나고 추운 겨울이 왔어요.
할머니의 집을 나온 아기오리는 너무 춥고 배가 고팠어요.
'아이, 배고파. 엄마! 보고 싶어요.'
걷고 걷다가 아기 오리는 드넓은 호숫가에 다다랐어요. 마침 곱게 물든 저녁하늘에 희고 고운 백조들이 멋지게 하늘을 날고 있었어요. 아기오리는 붉그스레 하늘을 물들인 노을 속을 날고 있는 아름다운 백조들의 모습을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었지요.
‘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답다! 나도 저렇게 예뻤으면...’
아기 오리는 백조들이 부러웠어요. 먼 길을 걸어 지친 아기 오리는 호숫가에 쓰러져 스르르 잠이 들었어요.
다음 날 아침, 호숫가를 지나가던 나무꾼이 아기 오리를 보고 집으로 데려갔어요.
나무꾼의 아이들은 아기 오리를 무척 좋아했지요.
"와, 아빠! 정말 귀여워요."
“오리야, 이리와. 내가 안아줄께. 하하하”
아이들은 아기오리를 귀엽다며 안아주려고 달려왔어요. 그러나 아기오리는 자기를 괴롭히려는 줄 알고 부엌으로 달아났어요. 푸드덕 날갯질을 하며 도망가다가 그만 부엌에 세워놓은 밀가루통을 엎지르고 말았어요! 나무꾼의 아내는 화를 내며 버럭 소리를 질렀어요.
“아니, 이 오리녀석이! 아까운 밀가루를 다 엎질렀네! 당장 나가지 못해!”
아기오리는 또다시 집 밖으로 내쫓겼어요.
아기 오리는 슬퍼서 엉엉 울었어요.
‘아이, 추워. 눈도 오고 바람도 너무 차가워. 어디에서 지내야 할까…’
가엽게도 미운 아기오리는 호숫가 바위틈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어요.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아기오리는 조금씩 커졌어요.
어느덧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이 왔어요. 따스한 봄햇살에 꽁꽁 얼어붙었던 호수의 물도 녹았어요.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왔어요.
“아이 따뜻해라. 이제 헤엄칠 수 있겠어. 한번 해볼까?”
미운 아기오리는 겨우내 움츠렸던 날개를 퍼덕거려 보았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이에요?
푸드덕 푸드덕 날갯짓을 하자, 미운 아기 오리의 몸이 하늘로 사뿐히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겠어요? 호수에는 백조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헤엄을 치고 있었어요.
‘아, 지난 가을에 보았던 멋진 백조들이구나!”
순간, 맑은 호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아, 아니! 내가 배, 백조였잖아?!”
백조가 된 미운 아기 오리는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어요.
미운 아기 오리였던 백조는 친구백조들과 함께 파란 하늘을 날아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