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할 뻔 자 묘비에다 적어놓고 뒤질게요
누가 볼까 부끄러워 무덤 안에 넣을게요
자존심 하나도 없는 나의 삶을 닮은 내 수의는 트레이닝 복
내 옷가지를 태울 때 날 떠올리지 못하게 잘 태워줘
오오오 다시 태어나면 나는 저기 날아가는 구름이 되고 싶어
오오오 다시 태어나면 나는 저기 울고 있는 매미가 되고 싶어
매미가 되고파 구름이 되고파
나보다 낫단 건 변함없지
내가 울면 나를 보고 욕하든 즐기든 어쨌든 그냥 들어보지
그렇게 칭얼대는 노래 쓰지 않기로 해놓고 또 쓰는 병신
매미가 되고파 구름이 되고파 집에서 하는 건 엄마 나 배고파
이럴 기운에 묫자리 파고 눕자고
기다려 잠깐만 낮잠 자고
언제까지 그놈의 학교 그놈의 피곤함 그놈의 술자리 넌더리 나
지랄 말고 숙제 하고 잠이나 자야지
지랄 말고 음악 말고 인생을 살아야지
오오오 다시 태어나면 나는 저기 가만있는 묘비가 되고 싶어
오오오 다시 태어나면 나는 저기 움직이는 로봇이 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