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너머
걱정 가득한 목소리에
사실은 괜찮지 않다고
나 많이 힘들다고
전처럼 신나게
투정도 부리고 싶은데
그게 참
쉽지가 않아서
자란 키만큼이나
숨기는 게 많아진 지금
어색한 표정만
늘어서
또 미안해
용기가 없어서
통화 버튼 위 손가락은
점점 무거워져
바빴어 미안해 빨갛게
쌓여 버린 부재중 속에
제일 늦게 답해
또 미안해
별일은 없고
밥도 잘 먹었어요
괜찮아
괜찮대도
아무 의미 없는 표정을
한 채로
일부러 안 받은 건
아닌데
바빠서 그런 거 아닌데
제발 쉬고 싶어서
그린 주스
갈아 먹고
샤워하러
화장실로 들어갔을 때
강아지들 산책하고
발 닦아 주고 있을 때
또 못 받아서
미안해
용기가 없어서
못 본 척할래
바빴어 미안해 빨갛게
쌓여 버린 부재중 속에
제일 늦게 답해
또 미안해
별일은 없고
밥도 잘 먹었어요
바빴어 미안해 빨갛게
쌓여 버린 부재중 속에
제일 늦게 답해
또 미안해
사실 일부러
잠깐 모른 체했어요
단 하루만이라도 난 왜
(혼자 있지 못해서)
잠깐만이라도 비울래
(아무도 없는 곳으로)
다 알아 너의 마음
그래서 고마워
그래서 미안해
내가 내가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