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팔월 청명일에 얽은 중이 시냇가로 나려를 온다
그 중이 얽어 매고 푸르고 찡그리는 장기 바둑판 고누판 같고 멍석 덕석 방석같고
어레미 시루밑 분틀밑같고 청동적철 고석매같고 땜쟁이 발등감투 대장쟁이 손등 고이 같고
진사전 산기둥 같고 연죽전 좌판 신전마루 상하 미전의 방석같고 구타정장 소지같고
근정전 철망같고 우박 맞은 잿더미 쇠똥 같고 경무청 차관 콩엿 깨엿 진고개 왜떡 조개 멍구럭 같고 여의사 길상사 별문관사 같고 직흥 준오 준륙 사오 같고 활량의 사포 과녁 남게 앉은 매미 잔등이 같고 경상도 진상 대굿바리 꿀병 촉궤 격자바탕 싸전 가게 내림틀같고 변굼보 태굼보 성주패두 염만흥같고 감영 뒷골의 앙괭이 같고 냉동의 박수범 같고 새절 중의 낙도 같고 염불암 중의 포운이 같고 삼막 중의 덕은이 같고 시위 일대 하사마대 삼등 포대 일등병 같고 삼개 무동의 박태부 같이 아주 무척 얽은 중놈아 네 얼굴이 무삼 어여쁘고 똑똑하고 영리하고 얌전한 얼굴이라고 시냇가로 나리지 마라
뛴다 뛴다 어룡소룡은 다 뛰어 넘어 자빠 동그라지고 영의정 고래 좌의정 숭어 우의정 민어 승지 전복 한림 병어 옥당 은어 대사간에 자가사리 떼 많은 송사리 수많은 곤쟁이 눈 큰 준치 키 큰 갈치 살찐 도미 살 많은 방어 머리 큰 대구 입 큰 메기 입 작은 병어 누른 조기 푸른 고등어 뼈 엎는 문어 등 굽은 새우 대접 같은 금붕어는 너를 그물 벼리로 알고 아주 펄펄 뛰어 넘어 도망질 헌다
그 중에 음침하고 흉물흉측 간릉 간특한 오징어란 놈은 눈깔을 빼서 꽁무니에 차고 벼리 밖으로 돌고 길 같은 농어란 놈은 초친 고추창 냄새를 맡고 가라앉아 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