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정어리 수프

오늘
앨범 : 어서오세요, 고양이 식당입니다 5
작사 : 오늘
작곡 : Mate Chocolate
“사실은 내내 그랬어요. 교묘하게
모든 문제를
제 책임으로 돌리거나, 제가 한
일들을 깎아내리거나. 칭찬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험담인 말들을 자주 했죠.
덕분에 회사에서
제 평판이 그리 좋지 않아요.
그래도 상관없었어요.
주방장님도 비슷하겠지만, 전 굉장히
독립적인 동물이거든요.”
“그럼 문제가 될 것도 없지 않습니까.
신경 쓰지 않으면 그만이니.”
“아뇨.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저예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녀석이 사소한 문제들을 제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는데,
그게 계속되니까….”
“계속되니까?”
“제가 제 자신을 못 믿게 되었어요.”
“흐음.”
“분명 발주서를 작성한 건 돌고래라고
생각했는데, 녀석의 태연자약한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보니 이 실수도
사실은 제가 한 게 아닐까
싶어졌어요.”
물개 씨의 까만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텅 빈 구슬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잠시
물개 씨를 등지고, 수프가 끓고 있는
냄비로 걸어갑니다.
이대로도 충분히 맛있는 수프지만,
이 요리의 메인 재료는 흙정어리입니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수프에 큼직하게
썬 흙정어리를 퐁당퐁당 떨어뜨립니다.
아주 살짝 데치듯이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3분, 딱
3분이면 충분하죠.
잠시 실내에 적막이 감돕니다.
고요한 침묵을 뚫고 물개 씨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저는 사람들을 무척 좋아했어요.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로운
두 다리도, 웃을 때 반달처럼
휘어지는
눈매도, 기쁠 때면 물보라처럼
터져 나오는 산뜻한 웃음소리도,
정말 사랑했어요. 그래서 누구보다
인간이 되고 싶었어요.”
“…….”
“이제 미워요. 범고래도, 녀석에게
함부로 속아 넘어가는 인간들도,
그리고 거기에 속수무책
당하기만 하는 바보 같은 저도.”
지금입니다. 더 오래 익히면
흐물흐물해져서 맛이 나빠질 겁니다.
불을 내리고 국자를 냄비에 넣어
휘휘 크게 저어줍니다.
잔열에 흙정어리가 더 익지 않도록 서
둘러 하얀 그릇에 수프를 담습니다.
잘 익은 흙정어리 수프가
물개 씨의 앞에 놓입니다.
“일단 드시죠.”
물개 씨가 난색을 지으며
고개를 젓습니다.
“감자잖아요. 전 감자를 먹지 못해요.”
식성이라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서,
뭍에서 난 동물은 뭍의 음식을, 물에서
난 동물은 강이나 바다의 음
식을 본능적으로 좋아합니다.
저는 그저 어깨를 으쓱 들어 올리며
물개 씨를 바라볼 뿐입니다.
제 시선이 뜻하는 바를
이해했는지 물개 씨가 영 불편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수프
그릇을 바라봅니다.
“정말 먹을 수가 없는데…….”
“감자가 아니라 흙정어리입니다.”
물개 씨의 얼굴에 의문이 떠오릅니다.
처음 이 재료를 보면 누구나
저런 표정을 짓죠.
“흙정어리는 습기가
많은 지대의 밭에서
재배하는 생선입니다.
태어났을 때는
평범한 정어리와
같은 모양이지만,
흙 속에서 성체가
될 때까지 지내다 보면 발도
눈도 지느러미도 퇴화되고
감자를 닮은 모습으로 변하죠.”
조리대에 한 알 남은 흙정어리를
가져와 물개 씨를 향해 들어
보입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까맣고 동그란 눈동자가 제 손에 있는
흙정어리를 유심히 바라봅니다.
“아무리 봐도 감잔데.”
“드셔보시죠.”
의심스러운 얼굴로 수프를
바라보던
물개가 이윽고 흙정어리 한 덩이를
숟가락을 떠 입에 넣습니다. 이윽고,
동그란 얼굴에 감탄이 서립니다.
아주 고소하고 따끈할 겁니다.
“정말 생선이에요,
그것도 엄청나게 맛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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