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나요?

오늘
앨범 : 어서오세요, 고양이 식당입니다 2
작사 : 오늘
작곡 : Mate Chocolate
"상자를 들고 일어선 흑표범 씨는
문을 나서려다 머뭇거리며 돌아섭니다.
“다들 어디에 있는 거죠?”
아마도 이건 질문이 아니라 확인 같군요.
저는 아무 대답 없이 흑표범 씨의 다음 질문을 기다립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이렇게 많은 버섯나무 열매가 필요할 만큼
많은 동물들이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까?”
“……네.”
상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작게 대답하는
흑표범 씨의 곁으로 꼬마 녀석이 다가갑니다.
이제 저보다 몇 곱절 몸집이 큰 흑표범 씨가
두렵지 않은가 봅니다. 흠칫 놀라던
흑표범 씨가 고개를 푹 떨굽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이 무서운 것은
바로 이런 겁니다. 한밤중에도
자신의 검은 털을 숨기고 싶어진다는 것.
날카로운 송곳니를 숨기고 싶어진다는 것.
자기 자신이 흑표범이라는 것을 원망하게 된다는 것.
“사슴을 사랑하는 흑표범이
아주 평범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흙빛이 되는 흑표범 씨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봅니다.
“아주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
잘못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
“흑표범 씨가 여태 푸른 버섯나무 열매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누군가는 흑표범 씨처럼
조금 특별한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것뿐이지 않을까요.”
꼬마 녀석이 흑표범 씨의
발치에 달팽이처럼 몸을 웅크립니다.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
꼬마 녀석이 흑표범 씨의 정강이에 몸을 밀칩니다.
덕분에 흑표범 씨의 검은 털에 삼색의 털들이 뒤섞입니다.
저라면 절대 손님에게 하지 않을 행동입니다만,
저 녀석은 제가 아니니 제 기준을 강요할 수는 없는 거겠죠.
다만 사과는 제 몫이라는
사실이 조금 억울할 따름입니다.
“죄송합니다.
아직 점원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한숨을 내쉬는 저를 향해
흑표범 씨가 나직이 중얼거립니다.
“이 골목을 지나치는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 식당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일까요?”

호박처럼 노란 흑표범 씨의 눈을 보며
저 역시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말하자면 평범하지 않다,
남들과 다르다, 이상하다… 가 아니라.
“특별하다.”
“……?”
“특별하다고 생각해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꼭 놀란 것처럼 흑표범 씨의 눈동자가 커집니다.
꼬마 녀석은 하품을 하며 조리대 위로
폴짝 뛰어넘어와 제 옆에 서서 기지개를 켭니다.
큰 눈을 깜빡이던 꼬마 녀석이
흑표범 씨를 보며 힘차게 말합니다.
“전 특별한 고양이거든요!”
흑표범 씨가 놀란 눈을
그대로 돌려 꼬마 녀석을 바라봅니다.
눈살을 찌푸리는 제 시선이 느껴지지도 않는지
꼬마 녀석은 목청을 높여 말을 잇습니다.
“전 특별한 사랑을 받았거든요!”
하긴, 나이 든 인간에게
지극한 사랑을 받았다고 했던가요.
심각한 얼굴로 서 있는 흑표범 씨와 당당한 표정으로
선 꼬마 녀석 사이로 짧은 침묵이 흘러갑니다.
보글보글 끓는 스튜 소리가 고요한 가게 안을
가득 메울 뿐입니다. 이야기가 없는 순간을 견디기는
역시 조금 힘들군요. 꼬마 녀석은 뭘 잘했다고
저렇게 자신 있는 표정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음에는… 사슴 씨와 함께 와도 되겠습니까.”
먼저 침묵을 깬 것은 흑표범 씨입니다.
“물론이죠.”
달이 뜬 밤이면 언제나 고양이 식당은 문을 열고.
“버섯나무 열매는 얼마든지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들은 것보다 더 많은 말을 한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역시 손님이 원하는 재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주방장에게는 자부심일 수밖에 없습니다.
흑표범 씨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자욱한 안개 속으로 떠나갑니다.
꼬마 녀석은 어둠 속으로 흑표범 씨의 모습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힘차게 손을 흔듭니다.
“오늘 손님은 그만 받도록 하죠.”
“네! 대장님!”
입간판을 접어 가게 안으로 가지고 들어온
꼬마 녀석이 나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무시하고 가게 문으로 걸어가 문을 닫습니다.
단 한 명의 손님을 위해 문을 여는 것도
고양이 식당에서는 평범한 일입니다.
이렇게 안개가 짙은 날에 고양이 식당을
찾을 다른 손님은 없으니까요.
기왕이면 내일은 짙은 안개가 걷히고
좀 더 밝은 달을 볼 수 있다면 좋겠군요.
아쉽지만 그럼 오늘은 이쯤에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특별한 당신, 오늘 하루도 부디 별일 없는 하루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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