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의 거미줄에 걸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봐
오늘도 여지 없이 태양은
온 세상을 비추네
나는 턱을 괴고 앉아서
문득 상상을 했지
색깔이 없는 세상은
과연 어떨까 하고
투명한 나는 투명한 거리를
투명하게 걷다가
투명한 너를 만나
투명하게 미소 짓겠지
우리는 투명하게 인사하고
투명하게 헤어져
투명한 각자의 길로
다시 투명하게 가겠지
이런 상상은 현실이 아니야
우리가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색깔의 거미줄에 걸쳐 앉아
도시를 바라보니
초 단위로 바뀌는 밤하늘의
색들이 어지러워
그래도 모든 것은 제각기
색깔을 가지고서
또 다른 색깔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하지
나는 오늘도 여행을 가네
나의 색을 찾아서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색으로
몸짓 하다가
문득 어느 거리에선가
만나게 되겠지
그 때야 우리는 서로가 섞여
새롭게 태어나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색을 발하겠지
그것이 바로 빛이 있는 이유
빛에 출렁이는
투명한 나뭇잎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