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가 서쪽으로 가는 날
동쪽에는 해가 뜨고 달이 훤하게 훤하게
빛을 쏟아 붓고 있는 첫 새벽이었습니다
서쪽으로 가면서 남기신 말 한마디 없으니
동토에는 물이 마르고
서강에는 대나무 숲이 흐드러지게 우거지고
대 잎으로 배 만들어 타고 건너간 언덕에는
무심한 적정만 노래에 묻어서
무공적 밖으로 흘러옵니다
소림에 모여든 좌선 납승 삼백이나
무자화두의 빛살보다 부자무불성 마음에
오늘은 달마도 되고 보조도 되어보고
내일은 혜능이 되어서 본 오본성의
아니 소림의 뒤안을 갈고 닦아 쉼없이
불도화 송이송이 피어오르게 되면 고히 향화 올려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