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시인: 박두진)

송도영
앨범 :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4


♣  하  늘
               - 박두진 시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온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며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거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내 마음이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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