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시인: 뫼리케)

황일청
앨범 : 애너벨 리 Vol.6 (외국편)


♣ 추  억
                        - 뫼리케  시
그것이 우리가 거닌 마지막 이였구나.
오.K여!
그때 그것이 최후였었다.
둘이 어린애처럼 기뻐한 것은.
비 오다 그친 그 날 우리 둘은
햇빛 찬란한 넓은 길을
한 우산 속에
몸을 감추며 부지런히 뛰어 갔었다.
요정이 방안에 들어가기나 한 것처럼
두 사람은 몸을 바싹 가까이 댔고
드디어 손과 손을 마주 잡았었지!
우리는 별로 이야기가 없었고.
심장의 고통이 너무나 거세어
가만 있으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서로 들었지.
우리 둘의 얼굴은 화끈거렸으나
그것을 파라솥에 비쳐드는 햇볕 탓이라 햇고
아아. 너는 정말 천사였었다.
그대는 가만히 땅만 내려다 보았고
그 황금빛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하이얀 목덜미에 떨어뜨렸지!
“지금 우리의 등 뒤 하늘에는
반드시 무지개가 걸려 있을 거야.“
하고 나는 말했다.“
거기다가 저 창이 있는 곳에서는
메추리가 신나게 울고 있을 것 같애!“
자꾸만 걸어가며 나는 생각하였다.
지난날의 어린애다운 우리 장난을.
정다운 내 고향과 또 그 마을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 기쁨을.
“아직 기억하고 있을 테지?”
하고 나는 물었다
“커다란 통들이 뒹굴뒹굴 뒹글던
이웃집에 있던 통장수네 집 안뜰에서
언제나 일요일의 오후가 되면
마치 우리네 방처럼 그 통 속에 들어 앉아
재미있게 이야기하거나 책을 읽었었지.
그 맞은 쪽 성당에는 아동 교수가 있어.
그가 켜던 아름다운 풍금소리가
지금도 고요한 속에 들려 오는 것만 같다.
“그래, 둘이 한번 그때처럼 읽지 않으련?
꼭 통 안이 아니라도 좋으니까
그 재미난 로빈슨의 이야기를 읽자꾸나!”

내 말에 너는 방그레 웃음을 지었고
나와 함께 마지막 모퉁이 길을 돌아 갔었다.
나는 그 때 너를 보고 말하기를
그 가슴에 꽂혀 있는 장미를 달라 했고

너는 수줍은 듯 눈을 감고 걸어 가면서
재빨리 그 꽃을 내게 뽑아 주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 꽃을 입술로 가져가
두 번 세 번 힘차게 입 맞추었고
아무도 그것을 비웃는 사람도 없었다.
아무도 그것을 본 사람도 없었고
너조차 그것을 보지 못했다

너를 꼭 바래다 주어야만 하는
그 누구네 집인지 모르는 그 집 앞에
드디어 다다랐을 적에. 그렇다!
나는 넌지시 네 손을 쥐었고,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거닌 마지막이었구나,
오 K여!
그래 그것이 최후였었다.
둘이 어린애처럼 기뻐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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