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식품

아날로그소년

조각난 부르서기들처럼
촉촉이 쓰러져
탁해진 너의 눈동자 속에
부서진 채로
으스러지네 부스러지네
지금 나의 낮짝처럼 아주 두꺼운 밤
이 시간은 무척이나 많이 즐거운가
쓴다고 쓰여지면 얼마나 좋을까
됐다 슥 밀어버린다
어제 남긴 놈의 목을 비틀어도
칙 소리 나지 않은 김빠진 맥주와
건조식품을 한입에다 휙 털어넣어
우적 씹으니 나도 말라 비틀어져
같은 땅 바다 나무와 하늘
똑같이 태어났지만
그리 빼어나지 않았다해서
우린 아주 태연하게
그들의 물기와 생기를
편리하게 뺏어갔네
뜨거운 열풍은 그들의 겉모습을
유지한 채 산채로 생을 바꿔놨네
마치 영원히 썩지 않는 미라같아
말라 비틀어진 껍데기 밀랍같아
조각난 부르서기들처럼
촉촉이 쓰러져
탁해진 너의 눈동자 속에
부서진 채로
으스러지네 부스러지네
삶이라는 프레스에
납작하게 짓눌리고
일상의 탈수기 안에서
몸은 비틀리고
생활의 건조함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휩쓸리다 보니까
반짝이던 눈빛을 잃어
답답해서 난 숨 쉴곳을 찾네
하지만 내 주위는 이미 진공의 상태
피고름 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말려서 날 판매 해버리는게 장땡
건포도처럼 쪼그라든채 팔려나가
바나나처럼 먹기 좋게 싹 잘려나가
바짝 마른 멸치와
납작해진 오징어처럼
그 모습이 나의 원래인 마냥
대체 누가 날 거대한
건조기 안에 가뒀나
누가 내 인생을 통째로 말렸나
제발 그 전원 버튼은 누르진 마
그건 누가 너에게 시킨 심부름인가
조각난 부르서기들처럼
촉촉이 쓰러져
탁해진 너의 눈동자 속에
부서진 채로
으스러지네 부스러지네
예쁘게 포장된 진공팩 안에
우린 첨가물이 포함된
딱 좋은 모양새
먹기 좋게 잘 말려진 삶은
오늘은 또 어떤 누구에게 삼켜질까
근데 단하나 이것만은 잘 알아둬
나를 씹기전에 이것만은 잘 알아둬
나의 물기를 뺏어간 딱 그만큼
나도 니 몸에 물기를
뺏어 갈거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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