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이 없다

폰부스
굵은 비가 내리면 길게
흔들리는 그림자를
길러본 적 있어
항상 무릎이 젖었지

푸른 심연 속에서
네가 떠나가던 뒷모습과
붙잡을 수 없던
방향이 자꾸 쏟아지네

눈꺼풀이 없어
널 감을 수가 없어
붉어진 뒤에야 뒤늦게 일어나
심장을 말린다

버스를 놓친 저녁
늘어진 길 뒤에 위태롭게
쫓아오고 있는
그리움을 본 적이 있어

그건 시든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여름 분수처럼 솟구쳐 올라
턱밑에서 지네

눈꺼풀이 없어
너를 감을 수가 없어
허우적거리는 손가락 사이로
나를 놓치지 마

눈꺼풀이 없어
비를 막을 수가 없어
녹아내리듯 잠들고 싶어
너를 보고 싶어
메이크바이도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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