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사댁 세쨋딸

조영남



1.건너마을에 최진사댁 따님이 셋있는데
그중에서도 세쨋따님이 제일 예쁘다던데
아따!그양반 호랑이라고 소문이 나서
먹쇠도 얼굴한번 밤쇠도 얼굴한번 못봤다나요
그렇다면 내가 최진사 만나뵙고 넙죽 절하고
아랫마을 사는 칠복이 놈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나서
염체없지만 최진사댁에 따님을 사랑하니
사윗감 없으시면 이몸이 어떠냐고 졸라봐야지

2.다음날 아침 용기를 내어 뛰어갔더니만
먹쇠란 놈이 눈물흘리며 엉금 엉금 기면서
아침 일찍이 최진사댁에 문을 두드리니
얘기도 꺼내기전 볼기만 맞았다고 넋두리 하네
그렇지만 나는 최진사네 대문을 활짝열고 들어가
요즘 보기드문 사윗감이 왔노라고
말씀을 드리고나서
육간 대청에 무릎을 꿇고서 머리를 조아리니
최진사 호탕하게 껄껄껄 웃으시며 좋아 하셨네

3.웃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고개를 조아리니
최진사 양반 보이지 않고 구경꾼만 모였네
아차!이제는 틀렸구나 하고 일어서려니까
왠걸!최진사네 세쨋딸이
사쁜 사쁜 걸어와서 절을 하네요
얼시구나 좋다 지화자 좋을시구 땡이로구나
천하의 호랑이 최진사네 사위되고
예쁜 색시 얻으니 먹쇨나 놈도 밤쇠란 놈도
나를 보며는 일곱째 복중에 한개가 맞았다고
놀려대내요 장가를 들었네요 장가를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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