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장가가던 날

전수연


빗방울 떨어지는
호랑이 장가간 어느 오후
그네 위에 앉아

작은 뺨위로 또르르 굴러가는 빗방울
손끝에 실어보내고
이마 위로 또르르 굴러가는 싱그런
바람속으로 달려가요

어느새 빗물에 흠뻑 젓어
발도 구르지만

왠일인지 그래도 좋아
가만히 비를 맞네

예쁜 손우산 머리에 쓰지만
아무 소용없고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빗방울만
바라보네

맑은햇살이 비춘
호랑이 장가간 어느 오후
그네위에 앉아

하늘위로 높게 뜬 햇님의 손을
뻗어 보지만 닿질않아
다섯손가락 사이로 뿌려진 햇살만
가만히 바라보네요

어느새 눈이 햇살에 멀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왠일인지 그래도 좋아
가만히 웃고있네

두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도
아무 소용없고
별위로 흐르는 새하얀 햇살만
가만히 느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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