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에서 (시인: 이원섭)

이원섭


♣ 山上에서
-이원섭  시

山이 흐른다. 천갈래 만 갈래로 물결 일으키며. 山이 너울 너울
흐르고 있다. 소나무. 참나무. 떡갈나무. 철쭉꽃과 산새와 아지랑이도
山을 따라 아득히 흘러가고 있다.
山의 발밑 까지 밀려든 都市. 都市의 文明과 영화가 흐르고.
寶樹와 樓臺와 보살로 들어찬 恒河沙數의 佛國寺가 흐르고. 八熱地獄 八寒地獄. 어둠에 떠밀려서 지옥이 흐르고. 모든 생존의 分子의 原子의 電子가 흐른다. 一切가 흐른다. 내가 흐른다.

滔滔한 물결은 視野를 매운 끝에. 내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내 마음의 밑바닥. 千萬億 由旬을 내려가야 하는 그 밑바닥. 位置만 있고 크기라곤 없는 한 點으로 흘러 들어온다. 그러고는 다시 그點으로부터 滔滔한 물결 되어 흘러 나가고 있다.
산이 흐른다. 星座가 흐르고. 달나라 姮娥가 흐르고. 佛陀가 흐르고. 畢竟空이 흐른다. 一切가 흐른다. 내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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