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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하고 싶었어 (하지만… 기억의 점액이 나를 붙잡았지)

Before Move78
앨범 점의 윤리학작사 윤인중작곡 윤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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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그냥… 증발해버리고 싶었어  
연기처럼 훅—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그냥, 사라지고 싶었다니까  
근데 머리 안에,  
뭔가 질척질척하게 남아있어  
기억이래, 이놈이.  
말캉한데 끈적하고,  
지우려고 하면 더 퍼지는 그런 거  
너 목소리도 아직 남아있고  
식탁 위에 흘린 웃음도 그대로인데  
왜 나는 없어져야 하지?  
왜 나만 없애고 싶은 거야?
내가 무너지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얘 원래 약했어”  
“티는 안 냈지만, 알고 있었지…”  
그런 소리 들릴 것 같아서  
이 악물고 또 하루 살아  
너무 지저분하게 남았지,  
아무것도 아닌 척하면서…
다 기억하고 있잖아, 사실은…
증발은 멋진 말이지  
투명해지고, 가벼워지고,  
근데 진짜 해보려니까  
이 끈적한 거—  
이 점액 같은 기억이  
목에, 폐에, 발바닥에까지 들러붙더라  
그래서 그냥 버틴다  
뻑뻑한 숨 쉬면서,  
내가 나를 싫어한 채로  
그냥 또 하루를…
점막 위에 앉은 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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