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리는 햇빛 사이로
보이던 너를 기억한다
뒤돌아선 나에게 넌
다시 보자고 소리쳤다
가라앉는 불빛들의 곱연산은
새하얗게 떠올라 사라졌던가
다신 없을 노을에게
눈인사를 하고는 떠나간다
따라오는 너의 눈빛
그래도 이젠 안녕인걸
잠시라도 함께였던
우리는 손을 맞잡았다
하얗게 물든 세상의 초록들은
무얼 위해 살아가는지 모른 채로
살며시 바라본 밖은
마음아플 정도로 빛이 나고 있었던 걸까
너의 눈물진 눈동자에
비치던 나는 웃고 있었다
너의 팔목에 적혀 있던
숫자를 나는 기억한다고 생각해도
모두 흐려져 가
바라보던 2등성마저 시들어 가
언젠간 다시 볼 거라 속삭이는
환청도 이제 멀어져 가 어째서
흩어진 호스 사이로
넘어져서 피를 흘려도
흐려지지 않는 의식 속
나가야 한다는 생각
차가웠던 액체 속에 가라앉아
보이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던가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을 수가 없던 넌 어디 있는 거야
하루하루 쌓여가는
숫자 속에는 네가 있다
눈이 마주친 순간에
흘린 눈물은 모른 채로
내일에도 살고 싶다 소리쳐도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기다린다
사랑이란 두 글자도
전하지 못하는 이 세상이었다고
밀려오는 두려움은
분산되지도 않은 채야
공기방울 사이로 보인
너의 마지막을 나는 외면한 거야
다시 만난 그때에는
끝없는 들판을 함께 달려가자고
떠나 버린 너에게 난
마음속으로 전했다
이제 나도 가야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