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몸을 감싸듯 따사로운 빛살이
종일 내리쬐는 날이니까 나가 볼까 해서
가볍게 내딛는 발걸음과 조화롭게 울려대는
새소리가 너무나도 맑아서
잠시 동안 정처 없이 걷다 보니
눈에 띄는 장면 하나, 뜬금없는 길 한복판에
너는 앉아 지금을 종이 한 장에 담아 넣었었지
지나가다 방해될까 해서
머뭇거리다 멀리 돌아가려 했어
어떻게 알았는지 가시라 손짓하는데
웬일인지 묻고 싶었어 그 그림에 대해
걸음을 멈춰 서고 나는 물어보려 해
어째서 여기인지를, 그러자 돌아본 그녀는
그저 웃으며 그냥이라 넘겨버리고 말았지
그저 입을 땔 수 없어 잠시 벙찌는 기분에
신기한 걸까 놀라움 또 잠깐의 그 미소에
침묵은 아주 잠깐, 그리고 마주친 두 눈에
꿰뚫린 것만 같은 생각은 또 나를 멈추게 해
꿈인 걸까 아니 생생해 눈앞에 장면은
보란 듯이 흘러가니 난 그때부터 어떤
마법에 걸려버리고 만 거겠지
한순간이 그대로 평생이 되길
빌어서 그려 넣었네 너의 한 장엔
첫눈에 홀려버린 걸 거야 내 마음은
이듬해가 되어도 바뀌지 않는 것을
숨길 수 없는 네 앞에 서있는 난
어떤 모습이 그 안에 담길까
떨리는 소리로 네게 물어본 다음
소리 없이 그려지는 걸 바라본다
한 획, 조금씩
한 획, 또다시
한 획, 조금씩
그려져가 난
한 획, 조금씩
한 획, 넌 다시
한 획, 끝까지
그려진 난 앞을 바라보지 않는데
하루는 씻어내리라는 듯이 쏟아지는 비에
잠긴 눈을 떠서 나가 볼까 해
매번 다른데 한, 여기쯤 싶은 곳에
넌 있었고 난 따로 자리를 잡아 앉아 그렸죠
역시 아는지 돌아봐 인사를 건넨 뒤
다시 몰두한 그녀는 꼭 담아내고 싶은
지금이 되어서 나를 움직이게 만든 것이겠지
끝마친 우린 늘 하듯이
서로의 감상평을 늘어놓는데
넌 불만인지 내게 물어봐 왜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는지
난 대답을 고르다 번뜩이네
넌 알 텐데 어째서 궁금해하는지
그러자 직접 입으로 듣고 싶다고
말하는 너의 얼굴을 잊지 못하네
그래 담아 넣고 싶었네 내 세상에
지금 아니, 모든 순간을 이 조각에
남겨두고 싶음을 너도 이해하기에
쌓여왔잖아 이 거리와 풍경이
나도 같은 의미야 네가
단지 너무 아름다운 세계라
놓칠 수 없는 장면이야
알아줄 수 있잖아
너만 말이야
한순간이 그대로 평생이 되길
빌어서 그려 넣었네 나의 한 장엔
첫눈에 홀려버린 걸 거야 내 마음은
이듬해가 되어도 바뀌지 않는 것을
숨기지 않아 네 앞에 서있는 난
이제 어떤 내가 안에 담길까
다시 한번 또 너에게 물어본 다음
소리 없이 그려지는 걸 바라본다
한 획, 조금씩
한 획, 또다시
한 획, 조금씩
그려져가 난
한 획, 조금씩
한 획, 넌 다시
한 획, 끝까지
그려진 난 역시 너를 바라보는데
하루는 역시 따스한 햇빛 아래
산들거리는 바람과 너와 나
좀 떨어진 거리는 애틋하게
마주 앉아 그리는 서로의 날
나지막이 울리는 새소리가
지금의 장을 장식할 노래가 될까
입에 담지 않아도 웃는 네가
딱 알맞게 꾸며져 나의 봄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