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당묘령가

오늘
앨범 : 어서오세요, 고양이 식당입니다 7
작사 : 오늘
작곡 : Mate Chocolate
모두가 사라지고 별당에는
오랫동안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가끔 드나드는 새들은 마당에 무성한
잡초들 사이에서 씨앗을 쪼아먹고는
금세 떠나곤 했습니다.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흐르고, 다시 별당의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처음 보는 양장을 입은
이들이었습니다. 빳빳한 셔츠와 검은
양복 차림의 사내와 감색 챙 모자와
쪽빛 치마 정장을 입은 여인이
별당을 둘러보다 제 앞에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그림을 좀 봐, 살아있는 것 같아.”
“상상력이 참 풍부하군.”
“뭔가 은밀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
같지 않아? 이 고양이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감추고 있어.“
“비밀?”
쪽빛 치마처럼 푸른 눈을 가진
여인이 다짐하듯 말했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나는군요.
“이 고양이가 이번 공연의
주인공이야.“
푸른 여인은 그림에 어울리는
그럴싸한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여인은 그 이야기로 <별당묘령가>라는
노래를 지어 불렀죠. 여인이 지어낸
저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퍼져나갔습니다.
화폭을 떠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저는 점점 몸집이 불어났습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또 흘렀을까요.
저는 어느새 언제부터
구전되었는지도 모를
설화가 되어 있었습니다.
화폭 바깥을 떠다니며 자유롭게
사람들 사이를 오가던 때가
떠오르는군요.
허공에 둥둥 떠다니던 저를
낚아채 잡은 것은 며칠 밤을
새운 것 같은 퀭한 눈의
남자였습니다. 그는 흐린 눈으로
저를 잡아채더니 사각의 종이
위에 새기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널 다시 화폭 속에
가둔 줄 알았겠지만."
남자는 피곤한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형태로 남길 거야."
남자의 말처럼 처음에 저는
다시 그림이 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글씨였죠. 남자의
손은 쉬지 않고 종이 위에 활자를
새겨넣었고, 저는 책이 되었습니다.
퀭한 눈의 남자는 완성된 책을 들고
집으로 가 자신의 딸에게
건넸습니다. 딸은 책을 받아
들고 눈부시게 웃었습니다.
그날을 마지막으로 그는
어디론가 떠나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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