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았다면 나중에 또 다시 만나자!
오랜만이네, 여기 이 공터
추억거리도 언짢은 기억도 잔뜩 남아
정말 좋아했고 또 싫어했던 곳에 돌아왔어
가면을 쓰고 놀았던
익숙한 모습의 반가운 얼굴들도
남아 있지만 전보단 한산해져 버렸구나
나무 그늘 아랠 지키던
힘센 녀석들은 어느새 다 죽었대
울타리 안에서 서로에게 총을 겨누다가 죽었대
각자도생, 각개전투 속
용케 살아남았다면 자랑스러워 해도 좋아
살아남는 자가 결국 제일 강한 거니까!
낡은 마이크를 쥐고 해진 가면을 쓴 채
다시 목소리를 섞으며 함께 놀아보자
시간선과 전파를 타고서 울려퍼져라
빛이 바랜 멜로디라 해도 괜찮으니까!
죽지 않고 숨만 붙어 있는 고물이라도
아직 목소리만 낼 수 있다면 상관없어
살아있는 너희들을 향해 울려퍼지는
잡음 섞인 멜로디여 온 세상을 채워라!
살아남았다면 나중에 또 다시 만나자!
계획만큼은 거창한 만점
정작 실행력 같은 건 낙제점이었달까
결국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한 채로 해산명령
되풀이되긴 싫어서
힘을 길러서 여기 다시 돌아왔지만
이젠 혼자 있는 게 더 편해져버린 것 같아
죽은 줄 알았던 놈들은
사실 다른 이름으로 살아남았대
몸과 가면을 바꿔치기한 채로 몰래 살아남았대
상처투성이 몸뚱이지만
당당하게 살아남은 우리들의 목소리로
저기 전방을 향해 차렷, 경례, 생존신고야!
생존신고야!
생존신고야!
우릴 비웃고 업신여기던
시체만 남은 놈들에게
통쾌하게 날려주는 생존신고야!
낡은 마이크를 쥐고 해진 가면을 쓴 채
다시 목소리를 섞으며 함께 놀아보자
시간선과 전파를 타고서 울려퍼져라
빛이 바랜 멜로디라 해도 괜찮으니까!
죽지 않고 숨만 붙어 있는 고물이라도
아직 목소리만 낼 수 있다면 상관없어
살아있는 너희들을 향해 울려퍼지는
잡음 섞인 멜로디여 온 세상을 채워 흩날려가라!
저기 전방을 향해 차렷, 경례, 생존신고야!
생존신고야!
살아남았다면 나중에 또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