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많던 기억 벗어나려던
집구석에 가려 도착해 막 서울역
방금 출발한 열차 왜관역까지
아직 한참은 멀었으니 일단 눈 감지
다 매진 돼 앉고 싶었던 창간
그건 늘 바쁘고 치이던 일상 밖
기차에서나마 편히 맘 비워두고
창 너머 바라보며 각자 목적지로 가고자 한 탓
옆자리 비켜주려다
잠 깨며 우연히 보게 된 창가 쪽에 그 풍경 마치
낮에 혼자 걷고 싶게도 생겼네
주머니 아무것도 든 거 없이 말야
열차 문 열림 붐볐던 덴 어디에
있었냐는 듯이 거짓말하고
뭐든 앓기만 해봤자 답 안 나온단 게
여태 날 괴롭힌 고민의 답 같네
어른들이 걸어왔고 대다수가 가는 길
그래서 선로라는지 반대로 창밖은 이상향이라
난 거기 가봐야지만 믿겠어
이제 용납할 수 없어 그 어떠한 지체도
추억일 때가 좋다며
꿈은 따로 갖고
일상 살아간단 것 내 방식 아냐 완전
난 언젠가 꼭 저기에 닿을 거라고
늦바람 들어 열차 안에서도 시험 보려
아저씨 아줌마들 책 읽기 바빠 이것저것
젊을 때 좀 할 걸 하는 후회로 자식들 부추길 땐
공부 싫었던 그 시절 마음은 잊어버려
밖에선 왜 열심히들 깨끗한 척해
거기 지저분한 열차 좌석에
앉아 손에 그보다 훨 더럽다던 핸드폰 쥐고
정치인 없음 하는 세상 속에들 빠졌네
그때 울음을 그친 반대편 좌석 아긴
맑은 눈동자를 가진 채
그 안에 모두를 사랑으로 담지 아직
탁한 내 눈에 비친 아빠는 미운데 많이
우리 엄만 미혼에 자식 안 둔 친구가 부러운데
그분은 우리 엄마한테 외로움 땜에
키우기 시작했다던 강아지 사진을 보내셨고
설거지하다 내게 그걸 보여준 손엔 거품
남 부러운 삶이 대체 뭐기에
취미 하란 말 의도 이핸 되던데
모두 끝이 있기에 여운 남는 법이라도
빨리 죽으려 담밸 핀단 외할머니가 줬던
20년간의 내 사랑이
그녀가 집에 쟁여놨던 라일락은 다 시든대도
내가 그 나이 될 때까지 내 안에 남아 있듯
한 번 들를게 서울에 가기 전에 다시금
지하철 자리 괜히 어설프게 서 생각해
서울은 돈 없인 어디 갈 수 없는 거 같애
적응 안 되는 서울을 나 떠나 기차에서
잠들어 정신 한 번 잃었다
깨어날 때쯤이면 지나가 이 또한
같이 타기로 한 기차 기꺼이 양보할
창가에 넌 없으니 가는 길엔 혼자
남았어도 상관 하나 없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