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까만 점이 뒤뚱뒤뚱 걸어가고 있습니다.
가까이 가 볼까요? 두 발로 걷는 펭귄이었네요.
얼음으로 가득한 하얀 남극이라 까만 털이 더 잘 보입니다.
앞에서 보니 배는 새하얀 털로 덮여 있습니다.
날개가 있지만 날지 못해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모습이
너무 귀엽지요. 남극에 사는 펭귄 펭순이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펭순이는 잘 깎아진 얼음 위에서 슈웅-
미끄럼틀 타고 노는 것도 좋아했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물고기를 낚아채는 사냥도 좋아했어요.
엄마는 그런 펭순이가 위험하지 않게
늘 함께 다니며 놀아주었습니다.
“펭순아, 오늘은 엄마가 함께 가줄 수가 없어.”
“괜찮아요, 다녀오겠습니다.”
오늘은 엄마가 바빠서 함께 놀아주실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나가 놀고 싶었던 펭순이는 혼자서 집을 나섰습니다.
“어, 펭돌아! 어디 가?”
“나 엄마 심부름 다녀오는 길이야. 넌 어디 가?”
“나 놀러 가려고 하는데 엄마가 오늘은 바쁘시대.
그래서 혼자 나왔어.”
“그러면 나랑 같이 놀자.”
펭순이는 펭돌이의 집으로 가 심부름을 함께 마무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래, 펭순이구나.”
“네, 오늘 펭돌이랑 같이 놀려고요.”
“그래, 너무 늦지 않게 돌아오렴.”
펭순이와 펭돌이는 룰루랄라 떠났습니다.
엄마 없이 오랜만에 친구랑만 놀러 나가니
기분이 새로웠어요. 기분 좋아진 펭순이가 말했습니다.
“우리 오늘은 좀 특별하게
얼음 미끄럼틀을 지나서 더 멀리 가볼래?”
“안돼, 엄마가 너무 멀리 나가지는 말라고 하셨는걸?”
“부지런히 갔다가 구경만 하고 오자.”
펭순이와 펭돌이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먼 곳으로
모험을 떠나보기로 했습니다. 좀 무섭기는 했지만
두근두근한 마음이 펭순이의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런 작은 펭귄들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이 있었어요.
“쪼끄마한 것들이 겁도 없이 돌아다니네?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
바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수쿠아였습니다.
갈매기처럼 생긴 새 수쿠아는 펭귄을 사냥하는
펭귄의 천적입니다. 수쿠아가 노려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펭돌이와 펭순이는 더 멀리멀리 나아갔습니다.
“펭돌아, 저것 봐!”
“와, 이렇게 드넓은 곳이 있다니! 남극이 이렇게 넓었어?”
처음 보는 넓은 세상을 감탄하며 구경했습니다.
왜 진작 멀리 나올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생각하며
남극의 아름다움에 정신없이 빠져들었습니다.
“펭순아, 이제 그만 돌아가자.
너무 멀리 와서 돌아가려고 해도 한참 걸리겠어.”
펭순이와 펭돌이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쉬익-
“펭돌아, 피해!”
수쿠아가 펭돌이를 공격했습니다.
날카로운 부리를 벌리며 펭돌이를 잡아먹으려 했습니다.
펭순이가 펭돌이를 끌어당겨
수쿠아의 공격을 간신히 피했어요.
“펭돌아, 뛰어!”
펭돌이와 펭순이는 손을 잡고 뛰었습니다.
수쿠아는 바람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날며
뒤쫓아왔어요. 펭순이와 펭돌이는
풍덩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바닷속에서
수쿠아가 갈 때까지 기다리려고요.
그런데 바다에는 또 다른 위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게 웬 떡이냐.”
바닷속을 헤엄치던 바다표범이
펭귄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침 배가 고팠던 바다표범은
펭귄들을 잡아먹으려고 빠르게 헤엄쳤습니다.
“다시 올라가, 올라가!”
펭돌이와 펭순이는 바다표범을 피해
다시 얼음 위로 올라갔습니다. 둘은 수쿠아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작은 얼음 동굴 안으로 숨었습니다.
왜 어른들이 멀리 나가지 말라고 했는지,
조심하라고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됐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아기 펭귄들은
엄마를 생각하며 눈물지었습니다.
“엄마, 보고 싶어.”
밤이 늦었는데 아기 펭귄들이 돌아오지 않자
펭귄 마을에는 난리가 났습니다.
펭돌이와 펭순이는 얼음 미끄럼틀에도 없었고
바다 근처에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다 함께 아이들을 찾으러 나갑시다!”
펭귄들은 다 같이 모여 펭돌이와 펭순이를 찾으러 나갔습니다.
무리 지어 나온 펭귄들을 제일 먼저 발견한 건
하늘 위의 수쿠아였습니다.
“저렇게 몰려다니다니. 내가 공격을 할 수가 없겠군.
아쉽게 됐다, 아쉽게 됐어.”
수쿠아는 펭귄 잡아먹기를 포기하고 떠났습니다.
“펭돌아, 펭순아~!”
멀리서 그리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펭돌이와 펭순이는 얼른 얼음 동굴 밖으로 나갔습니다.
펭귄 마을에 사는 펭귄 모두가 함께
펭돌이와 펭순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엄마~!”
펭돌이와 펭순이는 달려가 엄마에게 안겼습니다.
다시는 엄마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우리 이제부터 어딜 가든 다 같이 다닙시다.
아이들도 우리들도 안전하려면 그 방법 밖에는 없어요.”
“맞습니다!”
펭귄들은 다 같이 무리 지어 다니기로 약속했습니다.
지금까지도 펭귄들은 안전하게 무리 지어 다닙니다.
펭순이, 펭돌이 같은 아기 펭귄들이 가운데에 모인 뒤
어른 펭귄들이 주위를 감싸 보호해 주면서요.
펭귄을 잡아먹으려던 수쿠아와 바다표범은
이제 다른 먹이를 찾아야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