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러분께 들려드릴
이야기는 저기 수유동에 사는
아주 평범한 가정주부
나아줌씨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 태평이의 학원비 좀
벌어보겠다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 뒤로 나자빠질 뻔
했던 애기랍니다
사람 좋기로 동네방네
소문이 자자한 우리 남편 어찌나
사람이 좋은지 인품 좋고
의리 있어 대출받아 돈 빌려주고
보증금 줄여 돈 빌려주고
손해보고 피해당해도 그저
허허허허 쾌활하고
긍정적인 하나뿐인
아들 태평이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지극정성 길렀더니 시험 끝나면
성적표 휘날리며
엄마 나 이번에 꼴지 안 했다
내 뒤에 한 명 있지롱
정말 건강하게만 자랐구나
까놓고 말해 돈 못 버는
남편 공부 못하는
아들이라는 얘기죠
여하튼 태평엄마 나아줌씨
더 이상 공부 못하는
아들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
직접 태평이를 가르쳐보기로
하는데 그날 이후
우리아들 태평아
자 봐봐 이렇게 저렇게
풀면 된단다 쉽지
네 알아요
아니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된다니까 다시 해볼까
아 이렇게 쉽네
아니 이렇게 요렇게
요렇게 이렇게 풀면
된다니까 왜 틀려
다시 풀어 아씨
뭐씨
아들 눈꼬리는 아래로 척
엄마 눈초리는 위로 찍
태평이 머리엔 혹 가실 날 없고
나아줌씨 손에는
두통약 떨어질 날 없네
아이고 머리야
아니 분명 사람 새끼를
낳았는데 공부할 때 보면 내가
분명 닭을 낳은게야
여튼 더 이상 아들 녀석을 닭으로
착각하고 살 수 없었던
나아줌씨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학원비라도 벌어볼요량으로
두팔 걷어 붙이고
취업전선에 뛰어드는데
내 이름은 나아줌
당신 이름은 아줌마
내 나이는 마흔 둘
당신 나이는 아줌마
내 전공은 무역학
당신 전공은 아줌마
내 경력은 협동조합
총괄매니저
당신 경력은 아줌마 아줌마
부지런하고 센스 있고
맡은 일은 반드시 제대로 해내는
퍼펙트한 인재 시켜만 주세요
일당백은 못해도 제대로
일할 자신이 있다니까요
아줌마 아글쎄 그런 거 다 필요
없다니까
자격증이 없잖아 자격증이
세상에 15년 전 매장
총괄매니저까지 지낸 경력은
경력이 아니랍디다
쳐주질 않는 거죠
결국 태평 엄마
나아줌씨 주부가
취득할 만한 자격증을
알아보려고 나서는데
주부유망자격증순위
1위라는 보육교사
자격증 희망직업
찾아주는 직업상담사
자격증 초등학교 아이들 방과
후에 가르치는 방과후지도사
자격증 독서지도사자격증
사회복지사 자격증
한국어교원 자격증 베이비시터
자격증 한식조리 자격증
결혼상담사 치매관리사
경비지도사 금연지도사
평생교육사 주택관리사
관광안내사 심리상담사
공인중개사 피부관리사
체형관리사 체형관리사
체형관리사 잠깐 45시간만
이수하면 자격증 취득 후
100% 취업이라
우리의 나아줌씨 아끼고 아끼고
아끼고 아껴 모아둔 쌈짓돈
100만원을 학원비로
턱 두 달 동안
체형관리 체형관리 체형관리
체형관리 열심히 학원을
다녔는데
취직이요 77사이즈 입는
나에게 아무도 체형교정을 안
받더라구요
실의에 빠져 있던 나아줌씨
결국 자격증 대신 동네
갈비집 알바로 나서는데
물 내주고 반찬 내주고
고기 얹어주고 뒤집어주고
잘라주고
어서오세요 몇 분이세요
뭐로 드릴까요 아줌마
여기 상추 더요
아줌마 여기
마늘 더 갖다달라구요
네 곧 갑니다
아줌마
여기고기 타잖아요
여기 쌈장 갖다 달랜
지가 언젠데 아직 이예요
아이고 갑니다 가요
12가지 넘는 반찬을 들고
뛰어가던 나아줌씨 급하게
서둘러 가다 그만
손님 신발을 밟고 삐끗하여
넘어지는데
들었던 쟁반을 놓쳐
버린 순간 반찬들이 하늘을
날아간다 붉은 게장
파절이 상추가 허공에
흩뿌려진다 잘게 잘린 마늘이 펄펄
흰 눈오듯 사방에 흩날리던 그
순간 차디찬 양념 갈비
둥실 떠 손님 얼굴에 척
그 손님 양념 갈비
마스크팩 야무지게 허였구나
그 일이 어찌될 일이냐
마스크팩 사용료 값은 물론
나아줌씨가 밟아서 망가뜨린
신발값까지 물어주게
되었는데 신발 가격이
자그마치 80만원이었던
가 보더라
하루 6시간 발바닥에
땀나게 종종거리며 일해서 번 돈
하루 3만원 곱하기 15일
45만원 45만원 45만원
세상에 이 무슨 기가
막힌 일이 있단 말이요
신발값이 80이라니
8만원짜리도 못 신는데
아들밥도 못 챙기고
번 돈 월급받아
삼겹살 쏘려했더니 이태리명품
신발값으로 다 날렸네
배울 만큼 배우고
총괄매니저까지
하면 뭘하나 내가
배운 건 배운게 아니요
내가 쌓은 건
경력이 아니라오
쩌들이 인정하는 건 단 하나
아줌마 나는 그저 아줌마
아줌마일 뿐이라오
나이도 아줌마 경력도
아줌마 나의 이름은 아줌마
아줌마일 뿐이라오
아들 학원비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던
우리의 나아줌씨
상처받은 마음 달래줄
사람은 남편밖에
없구나 착한 남편
철수씨의 위로를 받으며
동네 포장마차에서
거나하게 한잔 걸치고
아줌마를 무시하는
세상을 향해 노래
한곡 뽑아보는데
나는 아줌마
아줌마가 무엇이냐
아줌마는 아줌마는
아주 많은 사람들의
엄마라는 뜻이요
아주 많은 엄마가 바로 아줌마
아주매 아지미
아주마이 아즈망 아줌씨
이게다 아줌마다
척박한 땅에 피어나는 들꽃처럼
목마른 뿌리를 적시는 빗물처럼
사랑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아줌마가 있다
다 같이 외쳐보세
다 같이 외쳐보세
아주 많은 어머니 아줌마
아주 많은 어머니 아줌마
아주 많은 어머니 아줌마
아주 많은 어머니 아줌마
우리들의 어머니 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