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염따


강동에 살아
노래 만들고 자전거도 타면서
잘 있냐고 물어보면
오 예 당연하지 그럼
그녀는 최고였어
내가 만나봤던 여자들 중에서
제일 잘나갔어
개포동에 살았던 아빠가
돈이 많았던
그녀의 차는 아우디
주말엔 내가 몰았지
쇼핑쇼핑쇼핑
백화점 명품관에서 surfing surfing
그녀의 카드로 파도를 탔지
돈 한 푼 없어도
건방진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 위에 손 올리면
나도 마치
성공한 새끼처럼 느껴졌지
얼마 안 돼 약발은 떨어졌지만
그녀의 A4를 타고
밤엔 워커힐 가서
이름도 모르는 비싼 술로
목을 적셔도
더 초라해지네
커다란 호텔 거울 앞에
서있는 내 모습은 절대
artist 아니라 기둥서방이지
난 세 평짜리 작업실로
다시 돌아와서 가사를
써 내려갔지 늘 그랬듯이 난
강동에 살아
노래 만들고 자전거도 타면서
잘 있냐고 물어 보면
오 예 당연하지 그럼
오 여전하지 그럼
노래 만들고 자전거도 타면서
잘 있냐고 물어 보면
오 예 당연하지 그럼
이따금씩 난
서래마을에 가곤 했었지
하하 형이 불렀거든
전화벨이 링링링링
울리면 또 택시를 타고
강남으로 휙휙휙
그때 난 어떻게든
TV에 나오고 싶었으니까
비싸 보이는
이자카야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엄마야 거긴
김제동이랑 데프콘이랑
술을 마시고 있네
내 성공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만 같았어
빨리 나를 어필해서
형들 유명세 등에 업힐래
이사하면 가서 짐 나르고
술 마시다 담배 떨어지면
셔틀을 했었지
난 구름처럼 붕 떠있었지
나도 그 형들 사이에 껴있으면
저절로 똑같아지는 줄
la di da di 언제나 party
형들은 다금바리
난 그냥 시다바리 야
난 세 평짜리 작업실로
다시 돌아와서
가사를 써내려 갔지
늘 그랬듯이 난
강동에 살아
노래 만들고 자전거도 타면서
잘 있냐고 물어 보면
오 예 당연하지 그럼
오 여전하지 그럼
노래 만들고 자전거도 타면서
잘 있냐고 물어 보면
오 예 당연하지 그럼
오 예 당연하지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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