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멈추지 않았으면 해

김동완

우린 마주 보지 않은 채
춥고 익숙한 뒷자리에 앉아
몇 번씩 똑같은 풍경들을
그냥 보내주고 있다가
이별 한 켠에 다다른 걸 알았어

어떻게 내가
너를 떠날 수가 있겠어
너의 두 손을 붙잡지도 놓지도 못하겠는데

우리가 탄 이 버스가
멈추지 않았으면 해
나는 알아 우리가 갈 곳을
차가웠던 계절을 스쳐가
머리 위 따스한 바람 불면
우린 그때 손을 잡고 내려야 해

이렇게 우리
멈추다 흔들리다
대화도 없이 도착을 미룬다
물기 가득 어린 네 두 눈이
말을 건네는 것만 같아
우린 너무도 멀리 돌아왔잖아

어떻게 내가
우릴 포기할 수 있겠어
너를 기다릴 시간마저 사랑을 할 것 같은데

우리가 탄 이 버스가
멈추지 않았으면 해
나는 알아 우리가 갈 곳을
차가웠던 계절을 스쳐가
머리 위 따스한 바람 불때
마주 보고 웃어줄래
내 옆엔 네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우리가 탄 이 버스가
멈추지 않았으면 해
사실 알아 그럴 수 없단 걸
홀로 기댈 너만의 창가에
다정한 햇빛이 들길 바래
내 빈자리 채워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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