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장난 / 끝 그리고 시작

제나 & 정동화 & 이시유 & 김영철 & 유주혜 & 이병준


01 얄궂은 장난 끝 그리고 시작
시작한다
그냥 두면 살이 될 딱딱한 굳은살
초점은 흐려 질 거야
숨이 가빠 올 거야
멀리 떠날 거야
집착하게 될 거야
날 갉아먹고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고
무겁고 둔한 집착의 공기아래
짓눌릴거야
어지러울 거야
끝없는 번복과 반복
혼란스러운 사랑
그 모든 게
사람이 하는 짓
사랑이 하는 얄궂은 장난
이제 불어터진
순대랑 떡볶이도 지겹다
아 갑자기 왜 그래
이제 질렸어 그만하자
뭐라구?
그만하자구 다 끝내
무슨 소리야 끝이라니
말한 대로야 다 끝났어
잠깐 나 지금 차인 거야 왜?
편한 대로 생각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너무 한 거 아냐
지난 6년의 추억은 뭐야
갑자기 이러는 거 아냐
이러지마
붙잡지마
내가 잘할게
넌 아무것도 몰라
내가 몸이 약해서 그래?
아니
내가 키가 작아서 그래?
아니
내가 가난해서 그래?
내가 백수인 게 싫은 거지 맞지?
그래 알았어 내가 이번엔
어떻게 해서든 취직 해가지고
캣츠비 그런 문제가 아니야
너만의 문제도 아니야
우리가 헤어져야 하는 이유는
내가 숨을 쉬기 힘들어서 그런 거야
너무 이해하려 들지 마
잠깐 들어가도 될까?
나가
나 이 집 주인이거든?
나가라고

왜 저러지 저 두 사람
뭔가 이상해 뭔가 불길해
덩달아 내 심장도 흔들려
이대로 헤어지면 나는 어떻게 하나
너에게서 난
나에게도 넌
꿈을 보았는데
힘겨운 시간 견뎌보려 했어
그래도 이건 아니야
나 자신을 속이는 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이젠 난 벗어나고 싶어
이젠 난 자유롭고 싶어
언제부턴가 쳇바퀴만 도는 우리
지하철 2호선 환승구간 같아
매달려 봐도 거기서 거기
또 제자리
표정 없이 돌고
그저 돌고 돌고
이거 매고 와
캣츠비를 생각해
친구 위하는 척 하지 마
이번 주 토요일 목화 웨딩홀?
신부 페르수 신랑 부르독?
이제 3일 남았네
당신과의 약속
지켜낼거에요
내 맘 속에 당신을 지우지 않아요
남들이 말하는 그 순정이란 거
그것만은 약속할 수 있어요
이름은 선이구요 나이는 스물 일곱
회사 다니다가 지금은 잠깐 쉬고 있어요
전 순정에 죽고
순정에 사는 남자가 좋아요
여기서 이런 말 하는 거 좀 안 어울리죠?
안쓰러운 표정으로 날 보지 말아줘
무슨 뜻인지 나도 알아
결혼 정보 회사
신규 회원 가입 인터뷰에서
순정 타령이라니
요즘 같은 시절에
벌벌떨며 팔랑
그저 돌고 돌고 돌고
사랑찾아 팔랑 팔랑
그저 돌고 돌고 돌고
어차피 팔랑 팔랑
그저 돌고 돌고 돌고
순정을 꿈꾸는 나
겨울에 태어나버린 슬픈 나비 같아
매달려 봐도 거기서 거기
벗어나고 싶지만
또 제자리
벗어날 수 없는
버티어 봐도
인생은 두꺼운 벽으로
다시 또 제자리
둘러싸인 감옥인가
매달려 봐도 거기서 거기
시간이 갈수록 조여져온다
표정 없이 돌고 그저 돌고 돌고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굴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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