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들온대여, 새우젖 배 들온대여
찬 새벽 달빛에 웅크린 갯벌
잔 파도 밀며 배 들온대여
배 들온대여, 새우젖 배 들온대여
황포돛대는 감아 올리고
밀물에 실여 배 들온대여
꿈인가 내가 그곳에 다시 가나
아, 뱃터는 사라지고
갯벌 갈대처럼 부대끼던 얼굴들
이십 년 세월에 그 한 모두 풀었다는가
(뜨신 국물에 쓴 소주 한 잔으로
가슴이 더울 줄 그 땐 몰랐지)
배 들온대여, 새우젖 배 들온대여
찬 새벽 달빛에 웅크린 갯벌
잔 파도 밀며 배 들온대여
꿈인가 내가 그곳에 다시 가나
아, 갯벌도 사라지고
어두운 하늘에 습기찬 바람만
떠나온 고향을 홀로 남아 지켰는가
(아, 이제 돌아갈 고향도 잃고,
닻을 내릴 곳도 없는데)
배 들온대여, 새우젖 배 들온대여
텅 빈 내 가슴에 새벽 밀물처럼
가득히 밀려와 닻을 내린대여
(1984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