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김동률

똑똑 울리는 노크
문을 연 순간 얼어버렸다
눈부신 네가 들어선 순간
금빛으로 세상은 물들었다
빙글 하늘이 돌고
간신히 나는 서 있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대로 돌처럼 난 굳었다
그런 날 옆에 두고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조용히 앉아 차를 마시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내 심장 소리 부끄러워도
나는 움직일 수가 없다
시간이 영영 멎어버린 걸까
혹시 꿈을 꾸고 있을까
철썩 내 뺨이라도
내밀어 볼까 하던 찰나에
방긋 웃으며 나를 녹이네
쥐락펴락 난 벌떡 일어나서
한참 떠들어대고
네 손끝에서 춤을 추고
너의 웃음에 행복해하는
사랑의 삐에로가 되었다
나의 몸짓에 까르르 웃는
널 위해 태어난 것 같았다
벌써 해는 저물고
발그레한 네 얼굴 바라보다
노을빛일까 알 수 없어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이윽고 너는 자릴 떠나고
나는 붙잡을 수가 없다
잠시 돌아서 날 바라보는 눈빛
그냥 숨이 막혀버렸다
번쩍 정신이 들어
뛰쳐나가서 널 불러 봐도
어느새 너는 흔적도 없고
텅 빈 무대에 나 홀로 서 있다
털썩 주저앉은 나
누군가 내게 말을 건넨다
이봐요 당신 이미 오래전
연극은 벌써 끝이 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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