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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널 첨으로 스친 순간
절로 모든 시간이 멈췄고
서로 다른 궤도에서 돌던
이름 모를 별이
수억만 년 만에 만나는 순간
내 몸이 가벼워져
두 발끝은 어느새 떠오르고
끝도 없는 어둠 속 소리도 없는
그곳에서 다시 깨어나
나를 더듬는 손길 그 하나만으로
살아 있다는 걸 난 알 수 있었지
춤추듯이 떠다니는
우릴 달의 뒷면이 비추고
이대로 다 끝나버렸으면
우리 세상에선
이미 수천 년이 흘렀더라도
난 아무도 아니고
네 손끝에서 다시 태어나고
네가 나를 만지면
그 작은 울림에
쏜살같이 멀리 튕겨서
빛이 다른 공간에
한없이 떠돌다 타버릴지 몰라
널 놓치지 않게 나를 잡아 줘
네가 나를 부르면
난 다시 태어나
너의 무엇으로 읽혀지고
또 다른 네가 되고
우릴 끌어당기는 그 어떤 법칙도
모두 거스른 채 하나가 될 거야
그렇게 우린 사라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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