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탈리테

심규선 (Lucia)

춤을 추는 치맛자락인가
퇴색해가는 금빛 하늘인가
찰나의 한 순간만 아름다운 것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사랑
새벽에 핀 은빛 목련인가
나비가 벗고 떠난 허물인가
세상에 모든
아름다운 것 중에서도
가장 쉽게 시드는 것
사랑
파탈리테
나는 너를 따라 어디든 가리
새장 속에 갇혀 노래하던 나를
꺾인 날개 펼쳐 달의
어깨 위를 날게 해
이젠 눈이 멀어도 좋아
닫힌 창을 두드리던
소낙비에 꿈에서 깨어
잠겨있던 그 작은 틈을 열었네
도둑처럼 노래처럼
너의 시가 타고 들어와
이제는 결코 전과 같지 못하리
파탈리테
나는 너를 따라 어디든 가리
새장 속에 갇혀 노래하던 나를
꺾인 날개 펼쳐 달의
어깨 위를 날게 해
이젠 눈이 멀어도 좋아
내가 숨이 멎어도 좋아
오랫동안 너의 입 속에
묶여 있던 그 언어로
밤의 침묵이 멎을 때까지
나의 목소리 멎을 때까지
파탈리테
나는 너를 따라 어디든 가리
새장 속에 갇혀 노래하던 나를
꺾인 날개 펼쳐 달의
어깨 위를 날게 해
이젠 눈이 멀어도 좋아
내가 숨이 멎어도 좋아
춤을 추는 치맛자락인가
나비가 벗고 떠난 허물인가
찰나의 한 순간만 아름다운 것
가장 쉽게 시드는 것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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