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혼가

김남주
앨범 : 김남주 시인 육성시선 낭송집
작사 : 김남주 시인



진혼가

총구가 내 머리 숲을 헤치는 순간
나의 신념은 혀가 되었다
허공에서
허공에서 헐떡거렸다
똥개가 되라면 기꺼이 똥개가 되어
당신의 똥구멍이라도 싹싹 핥아 주겠노라
혓바닥을 내밀었다

나의 싸움은 허리가 되었다
당신의 배꼽에서 구부러 졌다
노예가 되라면 기꺼이 노예가 되겠노라
당신의 발밑에서 무릎을 꿇었다
나의 신념 나의 싸움은 미궁이 되어
심연으로 떨어졌다
삽살개가 되라면 기꺼이 삽살개가 되어
당신의 발가락이라도 핥아 주겠노라

더 이상 나의 육신을 학대 말라고
하찮은 것이지만 육신은 유일한 나의 확실성이라고

나는 혓바닥을 내밀었다
나는 무릎을 꿇었다
나는 손발을 비볐다

나는 지금 쓰고 있다
벽에 갖혀 쓰고 있다
여러 고을이 쑥밭이 된 것도
여러 집이 발칵 뒤집힌 것도
서투른 나의 싸움 탓이다라고
사랑했다는 탓으로 애인이 불려 다니는 것도
숨겨 줬다는 탓으로 친구가 직장을 잃은 것도
어슬픈 나의 신념 탓이다라고
모두가
모든 것이 나 때문이다라고

나는 지금 쓰고 있다
주먹밥 위에
주먹밥에 떨어지는 눈물위에
환기통위에 뺑끼통위에
식구통위에 감시통위에
마루 바닥에 벽에 천장에 쓰고 있다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쓰고 있다
발가락이 닳아지도록 쓰고 있다
혓바닥이 쓰라리도록 쓰고 있다

공포야말로
인간의 본성을 캐는
가장 좋은 무기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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