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고등학교 2학년 96년
무남독녀 친한 여친의 임신
숫처녀였던 그녀와
우리는 모두가 미성년
이건 무슨 시련 이런 젠장
남자친구가 헤어지자면서
애를 때쟤 이런 씹새
이새끼는 지금 어디있대
실성한 듯이 웃다가도
죽겠다면서 질질 짜고
울고불고 소리를 치면서
술 마시곤 낳겠다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고 있는
친구를 보며 하는 위로
보호하리란 그들의 기도
닿기를 바랬지 신들의 가호
폐병 걸린 환자들처럼
몰골은 점점 더 흉해져 가
그리 10개월을 버티더니만
결국 분만실로 들어가
이런게 바로 신의 장난
불행한 결손 가장
미혼모를 다룬 막장드라마
시나리오 같아
눈알이 뒤집히네 이런 젠장
멈춰버린 생리 오로 분비
처지고 딱딱해진 젖몽우리
다 터진 살과 변형된 자궁크기
성별을 물어오는 친구의
나지막한 목소리 2.5kg
남자아이의 울음소리는
병실의 고요함을 깨뜨리지
회자정리 거자필반
회자정리 거자필반
회자정리 거자필반
회자정리 거자필반
아이를 안고 너무도 슬피
우는 고2짜리 어머니
갓난아기의 옹알이
손수 사온 배냇저고리
출산후의 산후조리 란 건
술을 마시는 것이 전부지
원치 않았던 임신인지라
이제 입양은 불가피
아장아장 걷길 바래
힘찬 신생아의 발도장
잘라가진 머리카락
유품이 된 사진 한장
살아있는 송장처럼
죄다 고장이 나버린
작은 몸으로 그 손으로
포대기에 아이를 안고
찾아나선 입양소
어머니의 유서와도 같은
양육포기각서
애써 눈물을 억지로
참을 필요는 없어
이젠 모든게 다 끝났어
현실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는
여고의 가정 교과서
고아 수출의 No.1 이란
뼈아픈 대한의 이력서
양도문서 보호자란에
나 역시도 싸인을 마쳤어
어디서부터가 잘못 된 거야
나 역시도 이젠 지쳤어
그 후 친구는 전학을 갔고
우리는 연락이 끊겼어
우정의 증거 따위는 없어
제천여고의 비망록
회자정리 거자필반
회자정리 거자필반
회자정리 거자필반
회자정리 거자필반
하루 이틀 밤을 새며
오로지 5집 앨범에만
전념했지 오직
홍대 녹음실 현관엔 고지서와
오디션 데모 CD 좋은 음반을
기대한다는 변치 않은
배려들과 관심
변함없이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오는 팬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지
흰 봉투에 태극기가 새겨진
영문의 손편지
샌프란시스코 19번가 16-1번지
수신은 MC스나이퍼가
발신은 미국의 데이빗
삐뚤삐뚤 쓰여진 글씨는
내 맘을 사로 잡았지
17살에 힙합음악과
스포츠를 좋아한다며
나의 가사는 언제나
자신을 위로하고
절망 속에서도 살아가야만 하는
참 의미를 똑똑히 일깨워준다며
구구절절 유년시절의 좌절을
적어온 팬레터 97년 충북제천시
한우리 복지 상담실
그 곳에서 입양됐다는 이 아이가
찾고 싶다는 어머니
키 작은 체구에 새까만 머리
황색 피부에 점 있는 허리
발도장이 찍힌 사진을 보고
난 말문이 막혔지
회자정리 거자필반
회자정리 거자필반
회자정리 거자필반
회자정리 거자필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