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영감타령
1967년 12월 17일 / 평남 평양
김경자, 여 78세
이 노래는 언젠가 하춘화인가 하는 가수가 남자하고 나와서 가요로 만들어 가지고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사실은 구전민요에요. 내 생각에는 이 노래는 함부로 부르는 것이 아니예요. 왜냐하면, 이 노래 속에는 남녀간의 삼각관계가 암시돼 있거든요. 무슨 말이냐 하면 마누라가 이웃집 김도령하고 좋아 지낸단 말이예요. 영감이 그걸 눈치채고 마누라가 김도령 줄라고 숨겨 논 물멩지수건이라든가 계란 한꾸러미를 슬며시 감춘 것이거든요. 그리고서는 마누라가 물건 못 봤느냐고 물어보니까 자기가 김도령 주었다고 하거든요. 똑똑한 마누라 같으면 이걸 당장 눈치채야 할 터인데 속내도 모르고 이 마누라는 잘했군 잘했어 그러니 내 영감이라고 한단 말이예요. 요샛말로 하면 이런 마누라를 푼수라고 하는 거 아닙니까? 알고 들어면 아주 재미있는 노래지요.
영감 왜 불러
아래목 농보속에 물멩지 수건을 보았나
보았지 어쨌소
건너집 김도령 목수건하라고 주었다
잘했군 잘했군 잘했군 그러게 내 넝감이라디
영감 왜 불러
아룻목 선반위에 게란 한 끼래기 보았나
보았지 어쨌노
건너집 김도령 몸보신하라고 주었디
잘했군 잘했군 잘했군 그러게 내 넝감이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