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다란 조명을 놓으면
그나마 밝아질까 싶었던
내 방
그 좁아터진 방 안에서
녹아내리듯 걸터앉아
꺼진 모니터 화면만 쳐다보던
나
죽은 나
온통 어둡고
숨도 막힌다
서둘러서 준비하고 일으키자
아침을 위한 전야제를
종량제 봉투 위의 탱고 추는 날파리 한쌍도
방충망 틈을 비집고 들어온 모기 아줌마도
툭하면 쌈판 위층 강아지와 발정 난 고양이도
괜찮아 괜찮아 뭐 어쩔 거야
성장기가 온 내 우울함은 먼저 자라고 하자
어른들 말 안 듣고 왕따가 된 우리끼리 놀자
맥주 한 캔과 라면 사리로 만찬이 되는
오늘 밤, 이 밤, 그 밤
연희동의 밤이여
부럽지 않고
딱히 가엾지도 않아
어중간한 신세를 욕하기엔
축제는 결코 길지 않으니까
살충제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바퀴 아저씨도
천장 이리저리 바삐 뛰어다니는 꼬마 시궁쥐도
선후배 나눠 인사를 건네는 거미 친구들도
괜찮아 괜찮아 뭐 어쩔 거야
키가 멀대같은 내 열등감도 잠시 내보내자
상처 한 바가지 안고 사는 우리끼리 놀자
단 몇 시간이 오늘을 버텼던 이유가 되는
오늘 밤, 이 밤, 그 밤
연희동의 밤이 끝나고 나면
달이 힘을 잃고 나면
어제보다 커진 내 우울함과
햇살에 신음하겠지
그만큼 우린 악착같을 거야
언젠가 또다시 오게 될
축제를 기다리면서
더 커다란 조명이 없어도
충분히 밝을 수 있었던
이 밤
우리들의 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