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여기에 들어와
항상 앉던 내 자리에 앉고선
잠시 눈을 감고 그때를 그려봐
창가엔 따뜻한 봄날의 햇살이
햇살을 따라간 그 앞에선
새 학기를 알리는 어색한 인사가
그리고 내 앞엔 햇살을 머금은
네가 있었던 것 같아
그 순간부터가 시작이었을까
언제부턴가 네가 무언 갈 적을 때
사각사각 들리는 연필 소리도
어젯밤 뭘 했는지 고개를 흔들며
잠에 빠진 모습도 모두 나에겐
강의가 끝나면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손을 맞잡고 캠퍼스를 거닐다
서울 하늘에 우리가 가득 찰 듯이
이곳저곳 떠돌아 다녔지
봄이 떨어지고 여름이 내리고
가을이 날아가 겨울이 왔을 때
계절이 변해서 그래서였을까
함께한 시간이 많아서였을까
내 옆에 있던 넌 내 앞을 지나가
아무도 없는 빈 강의실에
항상 앉던 내 자리에 앉고선
아무도 없는 네 자리를 보고
항상 거기 있던 널 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