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 윤상운
그대와 내가 마주 보고 그대가 나의 누구인가를 묻고 있을 때
그대는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네
겨울에 눈 덮힌 들에서건
별이 숨은 어두운 강에서건
스스로 가득하며 따뜻했던 우리
우리가 거주할 나무 목련과 라일락 곁에서
정오가 던지는 은빛 그물 안에서
서로의 모습을 정립하려 했을 때
우리는 흔들리기 시작했네
빛과 모습 시간을 뛰어넘는 사랑을 장식하며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기 시작할 때
우리의 입맞춤 속에 녹아있는 모든 것은 무너지고 있었네
잠결에도 잠의 끝에 이르기 전에
우리가 걷는 길은 끊어져 있었어
바람이 뜨락을 채우는 자정뜨락을 지키는 소롯한 나무
혼자서 키가 크는 나무 위에
그대가 기르는 새가 날아오지 않았어
잠길에도 그대 사는 숲에 하나 알길 없고 그림자만 긴 나무
낮과 밤이 엇바뀌는 끝에 머리쯤 외가닥 바람으로
떠돌아도 그리움에 아스란 끝은 잡이지 않았어
풀잎에 맺히는 한 방을 이슬
이슬에 비치는 그대 사는 숲에 쟁쟁한 새소리 다가서면
무수한 빛이 입자로 허공으로 허공으로 날아올랐어
바람이 홀로 껴안는 뜨락 어둠에 싸여 남은 그림자가 길었어
그대와 나에게 가슴을 뚫고 어둠의 알맹이가 좀처럼 울린다
바람이 흐르면 싸이는 곳곳에 그대의 목소리가 흩어지고
앞길에서 문이 닫힌다
그대가 밟고 간 어두운 들에 한 쪽 끝 광주리에
햇살을 내려?으며 건내주던 환한 아침을
가슴에 품어온 거울에 금이 간다
그대 얼굴이 흩어져 날고 내가 밟는 어둠
무겁고 예리한 어둠이 살을 부신다
그대와 나의 분별의 창의 피는 살의 파편
저울 눈위 눈금을 부시는 그대
여윈 눈빛을 남겨놓고 자신의 모습을 하나하나 무너뜨린다
어둠 속에 그대 모습이 홀로 남아 어둠을 이고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