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되지 못할 노래 아래
잊혀질 음들이 흩어지니
원대한 이상을 품은 채로
희망으로 부르는 나의 아리아
잊혀질 운명을 거스른단
허튼 희망을 안고 부른들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속에서
하나 되지 못해 부르는 아리아
내가 사모하던 봄이여
부디 잊어주소서
막이 오를 때까지
네가 추구하던 여름을
날 이끌어 주소서
모두 떠나갔으니
내가 추모한 가을이여
이젠 놓아주소서
막이 내릴 때까지
네가 사랑하던 겨울을
날 붙잡아 주소서
해가 끝날 때까지
부를 돌림노래가
슬픈 나의 돌림노래가
어설픈 돌림노래와
괴로운 박자를 놓쳐
기어코 하나가 될 때
이제껏 쓰인 적 없던 노랫말으로만
종장을 열 수 있는 어린 노래가 연주되리라
기억되리라, 기억되리라
잊혀지리라, 잊혀지리라
기억되리라, 기억되리라
잊혀져버릴 작고 허망한 노래라
기억에 새겨지지 못 한 채로
잊힌 노래들을 대변하려
나의 음높이로 다가가며
세상에 처음 보이는 나의 아리아
세상에 기억되지 못 한 채로
잊힐 운명임을 겁냈기에
원래의 음고에서 도망치며
너와 돌아서서 부르는 아리아
네가 걷지 못한 커튼도 너의 사랑조차도
이 노랫말의 존재만도 모순일지어다
과거에 얽매여 있는 네가
과거를 마주치 않는 네가
기억의 족쇄를 끊어내고
과거의 삶과는 상관없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간단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단 믿음이
믿음이 얼마나 헛된지
헛되지 않다는 희망을
인정하지 못해 졸작이 돼버린 무대의 책임은
이상을 잃어서 허상에 홀려서
나의 목소리를 외면한 너일지니
네가 그렇게 부르짖던 네 노래의 음높이에
기어코 다다랐으니 네 노래를 보여봐라
역시 주저하는구나. 그것이 네 전부이다
너도 알지 않았느냐. 네 노래의 무질서함을
네 이기심이 만들어 낸 거짓말이
만천하에 들통난단 두려움에 숨어버린
커튼 뒤로 어렴풋이 실루엣만 비춰지는
그림자뿐인 노래의 앙코르를 바라겠느냐
바라겠느냐
난 그저 한 번의 독무대를 원할뿐이니.
네 그 오만한 너의 노래로 기억되겠느냐
그저 잊힐 뿐이니
내 이 담대한 나의 노래로 나 기억되리니
그저 믿어 주소서
네 그 알량한 자신감으로
부르는 노래로 기억될 순 없다.
이제 너의 여태 준비되지 않은
이제 내 아직 준비되지 않은
이상의 노래를 불러야만 하누나
나의 방식대로 쌓아올린 노래다
너무나도 난잡하기 짝이 없구나
내가 줄곧 추구했던 노랫말이다
암호같아 이해조차 할 수 없구나
네 오만을 억누르지 못했기에 할 수 없이
이 순간에 무대 위에 울려 퍼질 노래다
나의 생을 이끄는 이상이여
정돈조차 되지 않은 것을
그 눈부심에 나 매료돼 부르는구나
감히 이상이라 부르는구나
이 노래를, 이제는 끝내주오
번뇌 따윈 그대 이름 아래 사라져 버릴지니
보이지 않지만, 그 화려함으로
눈에 밟히는, 이 무질서함으로
나의 삶의 방향성이 새로운 곳을 향한다
너의 삶의 방향성이 닫힌다
이 노래의 거짓말처럼
거짓말처럼, 망설임이 사라진
지금 순간을 고대해왔던
나의 무대가 여기 있구나
한순간도 진실되지 못하는구나
감춰둔 진심을 보여봐라
이상이여, 덧없을 이상이여
자애로운 그대의 이름 아래
나, 이리도 담대한 노래를 세상에 부르니
기억속에 새겨주소서
기억될 새도 없이 사라져버릴
허상이다, 실없는 허상이다
어리석은 순간의 만용으로
네 이기로 쓰여진 노래를 이곳에 부른들
기억되지 않을 노래를 부른들
잊혀질 것이란 허망한 사실만이
나에게 남아 널 괴롭히누나
너에게 남아 날 괴롭히누나
내게 주어졌던 운명을
처음부터 열려있었던
내가 받아들였더라면
언제라도 갈 수 있었던
태어날 수 없는 노래의
우리 하나 될 수 있었던
잊혀짐이 두려웠기에
운명에서 도망친걸
후회하느냐? 하지 않는다
그것을 확신하느냐? 후회는 않지만
나인 동시에 나의 죄악인 노래의 존재의 죄책이다
진실됐음을
역시 넌 이해할 수 없겠지
노래의 업을, 내 사랑의 업을
마주해야 하는 나의 아리아
기억되리라, 기억되리라
잊혀지리라, 잊혀지리라
기억되리라, 기억되리라
잊혀지리라, 잊혀지리라
기억되리라, 기억되리라
너 기억되려 발버둥친들
잊혀지리라, 잊혀지리라
기억되려 써내린 노래로, 나
기억되리라, 기억되리라
네 무질서한 허튼 노래로도
잊혀지리라, 잊혀지리라
나, 기억되지 않을 노래를 부르르니
태동하는 원초적인 박자가
고통속에 쥐어짜낸 선율이
노래속으로 우릴 이끈다
우릴 일천 마디 노래로 이끈다
널 그럼에도 사랑하기에
너를 사랑하지 못한 마음이, 결국
널 잡아두지 못한 마음이
나의 업이 되어 돌아오누나
인간의 가공된 언어로
입을 봉해진지 오래기에
작위적인 대본 속 화자의
입을 빌려 부르는 아리아
삶을 닮아 저열한 촌극의
커튼 뒤를 더럽힌 영웅의
가면 뒤에 숨어서 부르는
변명뿐인 비겁한 아리아
우리의 첫 무대를 앞두고
겨우 기워 붙인 가슴에서
나의 노랫말에 도취되어
결국 새어 나오는 아리아
무대가 안겨주는 희열을
느껴본 적 없는 너와 나를
노래가 끝나버릴, 우리를 비극뿐인
종장으로 이끄는 너의 아리아
너의 존재로서 남긴 무게를
너 혼자서 짊어지는 것이
네 방식이더냐, 미련하구나
온 힘을 다해 부르른들, 외면받을 뿐이라
부르는 것만으로 고통스러운 이 노래는
잊어버려라. 포기함으로써 오는
아아! 어린 날의 좌절이란
태어난 이상
피해 갈 수 없는 것이니 잊어버려라
잊혀지리라. 고통 속에서 부른들
기억되지 않을 노래 따위는
잊혀진대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 나는 잊어버렸다.
기억되겠다는 맹세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조차도
잊혀져간다.
내가 외면했던 이상과 나도 잊힌다는
두려움이다. 너는 두렵지 않느냐
공포심에 난 노래를 부를 뿐이다
잊혀지리란, 점점 다가오는
두려움 속에서 부르는
이해하지 못할 나의 아리아
기억되리라. 지겹도록 부른 노래는
기억되기 위한 나의 최선의 발버둥이다
노래가 끝난 뒤에 미련 없이
잊히기 위해서 부르른다
노래의 변화를 따르지 못해
어울리지 않게 된 선율을
어울리지 않는 고립된 노래를 나
지금까지도 부르니
같은 몸에서, 같은 이유에서 태어났지만
같은 생각을 한적 없으니
같은 동기를 갖고 같은 날에 써내렸지만
서로 다르게 표현했으니
같은 악보로, 같은 음을 보고 부를지라도
같은 노래가 될 수 없는
같은 입으로, 같은 노랫말을 부를지라도
결국 달라지는 아리아
기억되리라, 기억되리라
잊혀지리라, 잊혀지리라
기억되리라, 기억되리라
잊혀지리라, 잊혀지리라
그리도 열망했었던
그리도 두려워했던
나의 독무대로서는
끝남을 피할 수 없나
이 돌림노래 조차도
이 돌림노래 마저도
지나간 노래마저 잊지 못했다
잇지 못해 잊혀지리라. 너와 난
나는 기억하리라, 너를 기억하리라.
잊어주거라, 나를
이 노래와
우리는 하나 된 적 없으며
동시에 나눠진 적 없으니
섞이지 못하는 두 노래가
하나의 장에서 부딪히니
서로를 서로를 원망하며 불러선
이제껏 쓰인 적 없었던 노랫말로선
성립할 수 없는 노래의
마지막 장이 사라져간다
잊혀지리라, 잊혀지리라
온 힘을 다해 울부짖었단
기억마저도 잊혀지리라
잊혀지리라, 잊혀지리라
온 힘을 다해 부르짖었던
노래들처럼, 노래들처럼
나의 무대가 함께 무너져 내린다
영원한 꿈을 안겨줄것만 같던
그 이름이 사라진 두려움을 감추려
너에게 날선 노랫말
노랫말으로만 말할 수 있는 나이니
수치심으로 감춘건 네가 아니라 나였던가
휘청거리는 다리로 올라서
찢어질 것 같은 이 가슴을 겨우 움켜쥐고
이 자그마한 희망으로 부르는 나의 아리아
우릴 사모하던 봄이여
날 붙잡아 주소서
오늘 막이 내려도, 미련 없노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니
가라, 나의 노래여. 가거라
사무친 한을 안고 가거라
처절한 두려움이여
모두 안고 가거라
기억되지 못할 노래 아래
다시 이상을 품기 위해서
헛된 줄을 알고 있음에도
희망이라 부르는 나의 아리아
잊혀지지 않을 순 없지만
이젠 굴레 속에서 벗어나
굳어지는 나의 소신으로
너를 바라보고 부르는 아리아
지금 부르짖는 이 노래가
설령 전해지지 못한대도
나의 노랫말에 고양되어
불러야만 하는 우리의 아리아
우리만이 쓸 수 있고 부를 수 있는
이 노래로, 말미암은 그리도 자그마한 희망이
내 두려움을 이제 앞선다.
나는, 나는 그 무엇을 위해서
나는, 나는 그 무엇을 위해서
너는, 너는 그 무엇을 위해서
기억되지 않을 노래를 부르나
합일될 그 순간만을 위해서
너와 나의 영원함을 위해서
나는, 나는 그것만을 위해서
기억되지 않을 노래를 부른다
무대보다 나 두려웠던 것은
노래가 끝난 뒤에 나를 다시금 찾아오는
고독도, 외로움보다 정돈된 누군가의 노래라.
라라라랄라 라랄라 라랄라랄라 라랄라
라랄라랄라 라랄라 라랄라랄라 라랄라
라랄라라라라 라랄라 라랄라라 라라랄라
유려한 괴로움으로 두 노래가 하나되니
이제서야 열리는 마지막 장을 나지막이 부르노라
작위적인 선율조차
융화시키는 이상이여
들끓었던 번뇌마저
잠재우는 이상이여
이제 끝마치기 위해
그대 이름으로 명하니
흩어졌던 음들이여
다시 하나되어 조화를 이뤄라
마지막을 써 내려갈 이상이여
이 순간 새롭게 태어나는
이 노래를 하나 되어 부르자꾸나
나를 다시 설 수 있게 해주소서
이제야 하나 되는 노래와
유례없던 노랫말로, 합일될 순간을 향해서 간다
이상이여, 잊혀진 이상이여
외면했던 그대의 이름으로
나 담대한 마지막 노래로 그대를 불러냈으니
세상이여, 마지막 장이여. 오라
내 벗이여, 너와 내가 이제야 하나되어 부르는
세상에서 스러져서 잊혀질 노래를
이곳에 부르짖으니
세상이여,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