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 창틀에 화분이 비었길래
뒤 뜰의 꽃을 옮겨 담았어요 제라늄 꽃을
떠날 때 책장에 먼지가 쌓였길래
책 하나 속에 꽂아두었어요 짧은 편지를
정든 찻잔도 색이 바랜 벽지도
흔적이 힘들어서 바꾸지 말아요
내 마음에도 같은 것들을 남긴 것처럼
떠날 때 문턱에 나비가 앉았길래
넘지 못하고 바라보았어요
떠날 때 발등에 개미가 올랐길래
걸음 멈추고 나누었어요 작별 인사를
정든 찻잔도 물기 배인 마루도
의미를 알기 전에 바꾸지 말아요
내 마음에도 같은 것들을 남긴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