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가 웃다가
지쳐 자다가
눈 깜짝할 새
지나가 버렸어
놓친 것도 얻은 것도
많았던 날들
쌓아온 시간에 비해
마음은 여전히 꼬마
요즘에는 그저 별일 없이
무심한 표정으로
보내고 있었어
오랜만에 너의
사진을 봐도
조금 보고 싶을 뿐
아프진 않아
더이상 쓸 일이 없는
영화예매 앱을
과감히 삭제하고
얻은 빈 공간
하나 둘 씩
너를 지워가는 일
그럭저럭 적응도 되었어
벌써 3개월이 지났어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니
이젠 살짝 흐릿해진
그 예쁜 얼굴선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지워져
벌써 3개월이 지났어
늘상 함께 다니던
그 꽃 길은
슬슬 더워져 초록빛을
띄고 있다는 걸
잠에서 깬 매미들의
수많은 이야기를
너도 듣고 있니
어쩜 그리도
생각이 다른지
멍청했던 난 갈피를
잡을 수 없었어
안 좋은 면만 기억하려
노력도 했지만
마지막에 남는 건
너의 비누냄새
시간이 흘러
텅 비어버린 마음을
새로운 것들로
채울 수 있다면
이젠 의심이나
서투른 집착 따윈
담지는 않을텐데
벌써 3개월이 지났어
벌린 일은
잘 해내고 있니
복잡한 나와는 달리
거칠 것이 없었던
급한 성격을 떠올리니
웃음이 나와
벌써 3개월이 지났어
아주 사소한 이벤트에도
눈물을 짓던 너의
때묻지 않은 감정을
다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후회도 되긴 해
벌써 3개월이 지났어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니
가끔 귀여워 꼬집던
그 통통한 두 볼을
떠올려 보아도
자연스레 사라져가
벌써 3개월이 지났어
때론 숨이 차 휘청거릴 때
말없이 뒤로 와서는
등을 꼭 안아주던
상냥함을 느낄 수
없다 생각 하니
후회도 되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