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멀어진 발 밑 아래의 공기
어느새 멀어진 어느새 흐려진
영화 같았던 우리의 봄 길을 지나고
햇살 같았던 여름과 가을을 지나고
새하얀 밤 같던 겨울을 흘러와서
가만히 짐짓 느껴지는 기억들
저 멀리 보이는 아득한 날들
더 멀리 들리는 고요한 시간들
어느새 멀어진 매서운 마음
지금 이대로 그저 그대로
지난 봄에는 몰랐던 추위도 있었고
지난 여름엔 몰랐던 그늘도 있었고
지나온 가을과 겨울엔 한 조각 쯤
나른한 밤이 셀 수 없이 있었단 걸
언젠가 찾아와 줄
저기 새로운 시간들의
앞에 놓여져 모르게
눈 앞에 다가온
나보다 키 작은 문이
하얗게 빛나 건너편으로 날 부르고
어깨 뒤로 보이던
이 곳엔 어느새 구름만이
저 멀리 보이는 아득한 날들
더 멀리 들리는 고요한 시간들
어느새 멀어진 매서운 마음
지금 이대로 그저 그대로
지내오던 걸음 위로 더 나아가면
그저 그대로 괜찮아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