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비행기 놓치지 않아
길 잃지 않아 이제 어린이가 아냐
열두 시간이 넘는 비행이 무섭지 않아
창문을 닫아 오늘은 해가 지지 않아
모두가 의자의 각도를 조금씩 더 내릴 때
단지 나만 구름 위에서 글을 써 내리네
단어들이 떠올라 썼다가 지웠다가
휴식시간 어김없이 컴퓨터를 켜
그때쯤이면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
와서 인사는 안 하냐며 공부는 안 하냐며
내겐 강압적 이게만 다가왔어
특히 화난 목소리와
부릅뜬 두 눈은 너무 커
나를 작게 만들어서 방의 문 닫아놨어
문제는 언제나 돈 집안은 시끄러워져
소리가 잠잠해지고 결국 집 나가면
셋이 남은 식탁을 벗어나
도망가고 싶었어 공기마저 무겁잖아
더 무거운 걸음으로 학교와 학원에
맞지 않으려 태권도도 배우러 다녔네
너무나 두려웠지 내가 커 가는 게
모두가 웃음마저 잃어가며 성장을 해
허나 그 눈 언제나 늘 두려웠기에
당신의 기대에 걸맞는 아들이 되기 위해
난 거짓말해
난 거짓말해
언제나 문을 잠가 놨네
이제서야 문을 열고 얘기를 시작해
정말 미안해
난 인정 받기를 원해
또 벗어나기를 원해
난 사랑 받기를 원해
난 자유롭기를 바래
정말 미안해
시간은 이천이년 나에게 주어진 건
두 장의 표 한국 독일전
결국엔 꿈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내 학창시절 마지막 추억이 됐지
나 역시 꿈을 믿어 그리고 집에
돌아와 보니 놓여진 비행기 티켓
단 두 장이었지 죽도록 싫었지만
여전히 두려웠지 난 두 눈을 마주 보지
못한 채로 떨었어 항상
자유의 여신상이 보여도 갇혀있는 내가 보여
누구는 부러워했지만 똑같이 평범해 보여
우린 시험대에 놓여 성공의 답을 찾지
정말 정답이라 할 수 있을까 모범답안이
난 그저 가만히 객관식 답을 써넣어
범생이 자식 화장실 안에서 밥을 먹어
점심시간이 끝나길 빌며 도서관을 걸어
벗어나기 전까진 늘 입을 다물었어
다른 언어 다른 피부 더욱 많아진 틀
다른 생각 다른 행동 더욱 벌어진 틈
같아질 수 없었어 아무리 가까워진들
느껴진 거리만큼 울리는 음악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네 내 성공의 문턱은
멀어져 갔지만 잡히지 않아 공부는
내가 해야 할 일 대신 음악에 매진할 때
그때 전화가 와 물어봐 내 점수를
난 거짓말해
난 거짓말해
언제나 문을 잠가 놨네
이제서야 그 문을 열고 얘기를 시작해
정말 미안해
난 인정 받기를 원해 또 벗어나기를 원해
난 사랑 받기를 원해 난 자유롭기를 바래
정말 미안해
비행기는 어느새 도착을 해 인천공항에
태양은 제 갈 길을 가네 열 네 시간 만에
바퀴는 마찰해 주황색 빛이나
그 빛을 따라가다 보니 난 어느새 한강에
멋진 도시의 밤 난 꿈을 가져왔지
서울의 밤이 내 아침 잘못 맞춰버린 알람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
점점 엇나갔어 마치 우리 각자간의 시차
난 더 이상 두 눈에 주눅 들지는 않아
내가 만든 음악만큼 커진 내 목소리가
더 이상 도망가거나 작아지지 않아
그게 문제가 돼 달라진 진로방향
이건 방황이 아닌데 난생처음 반항에
너무나 당황해 커다란 손이 내 뺨에
그날 난 짐을 싼 뒤 망원동 옥탑방에
도망가 보았지만 여전히 손 바닥 안에
난 계속 용돈을 받아
집안 사정은 몰라봐
얼마를 버렸나 봐
하지만 이미 난 멀리 와버렸나 봐
안된다고 하는 길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막상 처음 맛본 달콤한 자유에 취해
시간을 허비해 친구들과 술에 취해
해야 할 일 대신에 침대 위로 도망가
그때 전화가 와 물어봐 내 음반은
언제 나와
난 거짓말해
언제나 문을 잠가 놨네
이제서야 문을 열고 얘기를 시작해
정말 미안해
난 인정 받기를 원해
또 벗어나기를 원해
난 사랑 받기를 원해
난 자유롭기를 바래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