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일까요. 눈물이 나지 않았어요.
마치 할머니를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을 이미 알고 있던 것처럼.
“여기에서 멀지 않잖아.
집으로 왜 돌아가 보지 않았니.”
인간이 물었어요.
꼭 알고서 한 번도 집으로
돌아가 보지 않았던 것처럼.
“어쩌죠, 대장?”
나는 고개를 돌려 대장을 보며 물었어요.
‘돌아갈 곳이 없어져 버렸어요.’
차마 그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어요.
대장에게는 당분간, 당분간만
신세를 진다고 했었는데,
할머니 집 밖으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인데…,
혼자 살아가는
방법 같은 건, 아직 배우지 못했는데.
“여기.”
인간은 가방 속에서 츄르를 꺼내
내게 건네줍니다.
대장은 마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된장국을 휘젓고
망초 나물에 깨소금을 뿌리고,
그릇을 닦아요. 부지런히,
오늘따라 유난히 부지런히.
다 먹은 츄르를 들고 가만히 서 있는
나를 보던 인간이 츄르 봉지를 뜯어
다시 내게 쥐여줘요.
나는 이상한 기분으로
츄르 하나를 또 입에 넣었어요.
익숙한 향이 입안에 가득 찼어요.
“맛있어.”
할머니는 츄르 같은 건 잘 몰랐어요.
황태나 생선 같은 건
언제나 떨어지지 않게 준비해줬지만,
빨간 비닐 속에 비밀처럼 들어있는
츄르 같은 건 우리 집에 없는 거였죠.
그래서 기억하고 있는 거예요.
저 빨간 츄르 봉지와 꼭 닮은 빨간 구두.
그리고 유난히 허스키한 목소리.
저 목소리로 할머니가
세상에 없단 얘기 같은 걸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다정했다구요.
새벽을 가르며 들려오던
또각또각 구두 소리는.
할머니와 함께 살던 방 창문으로는
사람들의 다리만 보였어요.
방충망이 찢어져 맛있는 벌레들이
잔뜩 들어오곤 했죠.
예전에는 빨간 구두와 발목밖에
보지 못했는데, 여기에서
저 사람 얼굴을 보게 될 줄이야.
새벽 늦게 들어오던 빨간 구두,
위층에 살던 빨간 구두.
이렇게 생겼었구나.
반짝이는 가방에는
온통 반짝이는 것들만
들어있을 것 같았는데,
어디에 츄르 같은 게
숨어 있었던 걸까요.
“다시 너를 만나면
주려고 가지고 다녔어.”
나는 손에 쥔 츄르를 내려다봐요.
가족은 이제 나도 없네요.
나도 엄마에게 버려진
숲고양이가 되었어요.
그치만 돌아갈 바다도,
숲도, 새로운 가족도…
나는 어딘지 모르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