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사와 장모

안숙선
앨범 : 춘향가


어사또님이 이 모양을 보시더니
"아 내가 선영덕 (先塋德)으로 어사된 줄 알았더니
여기 와 보니 우리 장모님의 정성덕이
반 (半)이상 이로구나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들어 갔다가는
저 늙은이 성질에 나를 위여 뜯을테니
잠시 속여 불러 볼 수 밖에
"이리 오너라 안에 아무도 없느냐 일 오너라"
춘향모 빌다 깜짝 놀래
"아이고 향단아 전에는 이런 일이 없더니
너희 아씨가 죽게되니
성조조상 (成造祖上)이 모다 발동 (發動)을 허였는가
그 어떤 사람이 술 많이 먹고 오뉴월 장마에
토담 무너지는 소리를 헌다 좀 내다 봐라"
향단이 나와"밖에 누가 왔소? 누구를 찾으시요?"
"오, 너의 마나님을 잠깐 뵈러 왔으니
좀 나오시라고 여쭈어라"
"마나님 어떤 걸인 (乞人)같은 사람이
마나님을 좀 뵙자고 합니다"
"아이고 이 정황없는 사람을 누가 보자고 헌다냐
없다고 따 보내라"
"우리 마나님이 안 계신다고 따 보내래요"
"뭐 그렇게 딸 것까지 있느냐?
너희 마나님이 안 계신다고 허거든
아까 그 삼청동 이몽룡이 잘 되라고 빌던
그 분 좀 나오시라고 여쭈어라"
향단이 들어 와
"마나님 여기서 비는 것 다 듣고 보았습데다
어서 좀 나가 보시지요"
"이런 급살 (急煞)맞을 년이 있는가.
다 큰 것이 심부름 하나도 못허고
썩 들아가거라 이 년아
그 어떤 사람이 늙은 나를
이리 오너라 가거라 성가시게 헌다냐?"
춘향 모친이 떠들고 나오난디
춘향 모친이 나온다 춘향 어머니가 나오난디
백수 (白首) 민머리 파 뿌리 되야
가닥 가닥이 늘어지고
꼬부라진 허리 손 얹고 어정거리고 나오더니
"어허 저 걸인아 물색 (物色)모르는 저 걸인,
알심없는 저 걸인,
남원 (南原) 사십팔면 중에 내 딸 소문 못 들었나
내 신수 (身數) 불길하여 무남독녀 딸 하나
금옥 (金玉) 같이 길러 내어 옥중에 들었는디
무슨 정황이 있다고 날 찾어 왔어
날 찾을 사람 없네 어서 가소"
어사또 이른 말쌈
"내가 왔네 어허 자네가 나를 몰라?"
"나라니 누구여 말을 허여야 내가 알지
해는 저물어 지고 성부지 명부지 (姓不知 名不知)헌데 내가 자네를 어찌 알어"
"어허 늙은이 망령 (亡靈)이여
나를 모르나 어허 자네가 나를 몰라
내 성이 이~ 이가 (李哥)래도 나를 모르겄나?"
춘향 모친 이 말 듣고
"이가라니 어느 이가여.
성 안 성 (姓)의 많은 이가 어느 이간 줄을 알 수 있나
옳지 옳지 옳지 내 알었네
자네가 자네가 올목질도 잘허고
변덕도 일쑤 잘 부리는 재 넘어 이형방 (李刑房) 자제
이 아무개 아들 있네마는 형방 자제로구먼"
"나를 모르나 어허 장모 자네가 망령이오
경세우경년 (經歲又經年)하니 자네 본지가 오래여
세거인두백 (歲去人頭白)하여
백발이 완연 (宛然)히 되었으니
자네 일이 모두 말 아닐세
나를 모르나 어허 장모 자네가 망령이여"
춘향 모친 이 말을 듣고
"아니 무엇이 어찌여 ? 장모라니 장모라니 웬 말이여!
남원 읍내 오입장이들 아니꼽고 녹녹터라
내 딸 어린 춘향이가 외인상대 (外人相對)를 아니허고
양반 서방을 얻었다고 공연히 미워하여
명재경각이 되어지니 너희 마음들이 시원하여
인사 한마디는 전혀 없고
내 집 문전을 다니면서 싱글 빙글 비웃으며
<여보게 장모> 장모라면 환장 (換腸)헐 줄 알고?
이가 (李哥)라면 이 갈린다 듣기 싫네 어서 가소"
어사또 이른 말
"장모가 정녕 모른다고 허니 거주성명을 일러줌세
서울 삼청동 사는 춘향 낭군 이몽룡,
그래도 자네가 날 몰라?"
춘향 모친 이 말 듣더니 어안이 벙벙허고
흉중 (胸中)이 답답, 두 눈이 캄캄,
한참 말을 못하더니마는
어사또를 무뚜뚜루미 바라 보더니
"자네가 참으로 이몽룡인가? 참말로 이몽룡이여?
아이고 이게 누구여 아이고 이 사람아
어찌 그리 무정허고 야속헌가
에이 천하 몹쓸 사람 에이 천하 무정한 사람아
왔구나 사우왔네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는가
얼시구나 내 사우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 땅에서 불끈 솟았나
하운 (夏雲)이 다기봉 (多奇峰) 터니 구름 속에 싸여 와
풍설 (風雪)이 세란 (세亂)터니 바람결에 날려온가
춘수 (春水)는 만사택 (滿四澤)이라 허더니
물이 깊어서 이제 온가
무정허고 야속허데 가더니마는 여영 잊고
일장수서가 돈절 (頓切)터니 어찌 그리도 무정헌가
야속허다고 일렀더니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온가
들어가세 이 사람아 뉘 집이라고 아니 들어오고
문 밖에서 개를 지키는가
들어가세 들어가세 내 방으로 들어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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