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두


지난한 세월동안 우직한
나무 같았던 우리들 사이가
익숙한 계절과 매미
같지도 않은 진득함에
도취되어 꽃이 되어
흙이 썩어가는 줄도 몰러
뿌리가 곪아가는
줄도 모른 채
우리는 서로를 알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았지

꽃을 꺾어 고운
유리병에 담아
햇살이며 바람이며
작은 새의 노래와
풀벌레 소리마저
아이의 얼굴로 드나드는
노오 오란 창가에 놓아둔채
가끔 바라보고 가끔
안아주고 가끔 물을주던
보통의 어느 날 꽃은
떠나갔고 꽃은 떠나갔고

망연히 고개를 떨군 뒤에야
창틈에 수북이 쌓인 꽃잎이며
앙상한 잎사귀를 볼 수 있었고
허나 또 다시 모른 채
꽃을 꺾고 허나 또다시
아는 듯 꽃을 꺾고
허나 또 다시 모른 채
꽃을 꺾고 허나 또다시
아는 듯 꽃을 꺾고
꺾고 꺾고 꺾고 꺾고 꺾고
꺾고 꺾고 꺾고 꺾고 꺾고

우리는 서로를 우리는
서로를 우리는 서로를
알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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