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검지 발가락 사이에 안착한 쪼리
질질 끌고서
머리 벅벅 긁으며 하루를 시작해
방구 뿡뿡 뀌면서
터벅터벅 걸어간 나의 네버랜드
역시나 편의점 앞이네
“담배 한 갑 주세요
발암성 없는 건 없나요?”
이것저것 됐고 반 갑만 파세요
“여기 여자 알바는요
언제쯤 출근하나요?”
혹시 지나간 내 청춘은 안 파나요
무당벌레 한 마리
달궈진 시멘트
회색빛 수풀 위로 기어가
하루를 버티네
담배 뻑뻑 피면서
무당벌레에게 말해
나도 예전엔 날아다녔다
소싯적엔 꿈도 야무졌는데
아빠 난 크게 될게요
대통령도 선생님도 될게요
꿈 많던 어린 내 모습
도망치듯 지나와버렸나 봐
아빠 난 크게 될게요
대통령도 선생님도 될게요
반드시 그리될래요
그땐 정말 그럴 줄 알았어
대통령이 될 줄 알았어
선생님이 될 것만 같았어
마음대로 될 줄 알았어
살다가 지칠 줄 몰랐어
사랑이 떠날 줄 몰랐어
세 번 이상 안 울려고 했어
그땐 정말 그럴 줄 알았어
담배 툭툭 털면서
무당벌레에게 말해
네가 나보다 조금 났구나
끝까지 살아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