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리던 하얀 비는
어느새 그쳤고
아무것도 걸칠게 없는
난 맨몸으로 햇빛을 맞네
색 바랜 테입 속 오래된
노랜 생을 다했고
영원할 것 같던 그리운 얼굴
이젠 기억나지 않아
굳어져가는 내 심장은
애써 두근거리고
갈라져 버린 내 마음을
전할 곳 없이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소중했던 기억이
너울치는 강물 속에
가라앉아 가고
되돌아갈 수 없는
이 시간의 끝에서
굽이치는 물살 속에
나 홀로 흔들리고 있어
어릴적 두 눈에
커다란 세상은 끝이 가깝고
아직도 작기만 한
나의 몸은 이제 자라지 않아
힘겹게 참아온 눈물이
결국 넘쳐 흐르고
이룰 수 없던 바람들은
아직 이곳에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작아진 이 세상은
셀 수 없는 생각들로
막혀져만 가고
되돌아갈 수 없는
이 시간의 끝에서
움직일 공간도 없이
같은 자릴 헤메고 있어
흐르는 이 시간을
붙잡을 순 없겠지
오늘 해도
말도 없이 저물어만 가네
되돌아갈 수 없는
이 시간의 끝에서
굽이치는 물살 속에
나홀로 남겨져 있어
마음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