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재판

감자공주
앨범 : 감자공주의 전래동화집 Vol.4 [토끼의 재판]
옛날 옛날에,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이 호랑이는 배가 고프면 가끔 마을로 내려와 돼지며 송아지 같은 동물들을 잡아먹곤 했어요.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가 무섭고 불안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어느 날, 호랑이가 사냥을 하려고 숲 속을 거닐었어요.
“어흥! 배가 고파 못살겠군. 오늘은 어떤 녀석이 내 먹잇감이 될까 어서 가보자. 어흥!”  
바로 그 때, 호랑이의 앞발이 쑥 아래로 빠지더니, 호랑이는 깊고 커다란 구덩이에 빠져버렸어요.
깊은 구덩이에 갇혀버린 호랑이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나갈 궁리를 했어요.
있는 힘껏 뛰어 올라보기도 하고, 발톱으로 벽을 긁어 보기도 했지요.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호랑이는 깊고 깊은 구덩이에서 나올 수가 없었어요.
호랑이는 구덩이 속에서 울부짖었어요.
“살려주세요! 나 좀 나가게 해줘요. 어흥!”
그 때 마침 저 위에서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가 들렸어요. 산길을 가던 나그네의 발자국 소리였어요. 호랑이는 ‘이 때로구나!’하며 다급하게 소리쳤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나그네는 깜짝 놀라 구덩이 속을 들여다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아니, 넌 사나운 호랑이가 아니냐?”
“아니에요. 사납다니요. 저는 마음씨가 착한 호랑이랍니다. 사람들이 저를 오해한 거에요. 저를 궤짝에서 꺼내주시면 평생 은혜를 갚겠습니다.”
호랑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싹싹 빌었어요. 나그네는 호랑이가 무서웠지만, 한편으로는 불쌍해 보였어요.
“문을 열어주면 날 잡아먹을 게 아니냐?”
“무슨 말씀이세요? 절 꺼내 주시면 다시는 사람을 잡아먹지 않을게요.”
“그 말이 정말이냐?”
“그러믄요. 약속하겠습니다.어흥!
“그래 좋다! 호랑이 네 말을 믿고 풀어줄 테니 네가 살던 곳으로 가거라.”
나그네는 길다랗고 커다란 나무조각을 가져와 구덩이 안에 넣었어요.
그러자, 호랑이가 나무조각을 밟고 구덩이 밖으로 나왔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이에요? 호랑이가 구덩이에서 나오자마자 나그네에게 와락 덤벼드는 것이 아니겠어요? 나그네는 새파랗게 질려서 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어요.
“어흥! 어리석은 나그네야! 그 말이 참말이라고 믿었느냐? 배가 고프니, 너부터 잡아 먹어야겠다. 흥!”
나그네는 너무 무서워서 정신이 아뜩했지만,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호랑이에게 말했어요.
“네 이놈! 너는 살려 준 은혜도 모른단 말이냐?”
“은혜를 모르는 건 사람들이 훨씬 더해!”
호랑이는 커다란 입을 쩍 벌리고 당장이라도 나그네를 잡아먹으려고 했어요. 나그네는 마른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말했어요.
“그래도 이렇게 잡아먹히는 건 억울하니 누가 옳은지 한번 물어나 보자.”
“재판을 하자고? 좋아!”
나그네와 호랑이는 소나무에게 물었어요.
“소나무야, 내가 나그네를 잡아먹는 게 잘못이냐?”
소나무는 뾰루퉁한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호랑이야, 나그네를 냉큼 잡아먹으렴.
“아니, 구덩이에 빠진 호랑이를 구해준 건 나인데, 나를 잡아먹으라고?”
“사람들은 나무가 고마운 줄도 모르고 마구 베어가거든! 장난삼아 나뭇가지를 꺾기도 하고, 나무를 베어다 땔감으로 쓰잖아! 사람들은 나빠.”
“어흥! 나그네야, 네가 졌지?”  
“그래도 이렇게 잡아먹히는 건 억울해. 누가 옳은지 더 물어보자.”
이번에는 지나가던 황소에게 물었어요.
“황소야, 내가 구덩이에 빠진 호랑이를 구해줄 때, 절대로 나를 잡아먹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호랑이가 배가 고프다고 나를 잡아먹겠다고 하니 이게 옳으냐?”
“음메, 옳다마다! 호랑아, 나그네를 당장 잡아먹어 버려!”
“황소야, 그게 무슨 소리냐?”
“우리는 사람들을 위해 평생 일을 하는데, 우리에게 고마워하기는 커녕 시장에 내다 팔고, 더 빨리 밭을 갈라고 채찍도 때리지.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약속을 안 지킨다니까. “
“어흥, 나그네야. 잘 들었지? 네가 졌다고.”
“아니, 아니야. 이건 정말 억울하다구. 한번만 더 물어보자”
호랑이와 나그네가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그때 마침 토끼가 깡충깡충 지나갔어요. 나그네는 토끼를 불렀어요.
“토끼야, 우리에게 재판을 해 주지 않겠니?”
“무슨 재판요?”
“아, 글쎄 구덩이에 빠진 호랑이를 살려주었는데 오히려 날 잡아먹겠다고 하니 어떡하면 좋겠느냐?”
나그네가 토끼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들려주자, 토끼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토끼야, 사람들은 우리 동물들에게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하는 줄 너도 알지? 내가 나그네를 잡아먹는 것이 옳으냐? 아니냐?”
토끼는 둘의 말을 모두 듣고 나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어요.
“글쎄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나그네님이 구덩이에 빠졌는데, 호랑이님이 구해주었다고요?”
토끼가 엉뚱한 소리를 하자 호랑이가 화를 냈어요.
“아니 그게 아니고, 내가 구덩이에 빠졌고 나그네가 구해주었다니까!”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네요. 나그네님이 호랑이님을 잡아먹겠다고요? “
“어이구 답답해! 나, 호랑이님이 나그네를 잡아먹겠다니까!”
호랑이는 답답해서 가슴을 쾅쾅 쳤어요. 토끼는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며 갸웃갸웃거리더니 이렇게 판결을 내렸어요.
“두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서는 어느 편이 옳은지를 알 수가 없어요. 그러니, 호랑이님! 구덩이에서 빠져나오기 전에 어떤 모양으로 있었는지를 먼저 보여주세요. 그걸 보고나서 판결을 내리겠습니다.”
“그래? 알았어. 잘 봐!“
호랑이는 깊고 큰 구덩이 속으로 쏙 들어갔어요. 그러자, 나무꾼은 재빨리 나무조각을 치웠어요.
“토끼야, 바로 이거야. 이렇게 되어 있었다니까. 자, 이제 나를 꺼내 줘”
“호랑아, 너는 어려울 때 구해준 나그네님의 은혜도 모르느냐? 약속도 지키지 않고 배은망덕한 호랑이녀석, 꼴 좋다! 난 간다.”
토끼는 나그네에게 손을 흔들고서 숲 속으로 깡총깡총 뛰어갔어요.
호랑이는 깊고 커다란 웅덩이에 갇혀서, 다시는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대요.

관련 가사

가수 노래제목
KyFish 재판
키피쉬 재판
이영태 토끼의 등장
다담교육 토끼의 지혜
Soobiny 그들의 재판
감자공주 콩쥐 팥쥐
감자공주 혹부리 영감
감자공주 선녀와 나무꾼
감자공주 요술 항아리
감자공주 솥 안에 넣어둔 돈




가사 수정 / 삭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