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은지심이야
그래
니가 뭔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항상 그래 왔어
2018년부터 사운드클라우드 바닥에서
같이 번개송 만들때부터
나는 비교적 랩이 화려하지도 않고
톤도 평범한 반면에
주위에는 온통 반짝이는 재능들만 가득했으니까
그리고 그 당시엔
저 친구들은 분명
금방 성공하겠구나
씬에서 한자리 차지하겠구나
생각했지 당연히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열등감 같은 건 없었어
애초에 음악의 결이 다르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고
그냥 그렇게 하다 보면
상상 되는 내 미래가 있었어
그렇게 한 마디 한 마디 쓴 게
벌스가 되고
곡이 되고
모아서 믹스테잎을 만들고
또 그다음엔 음원도 내보고
SAY랑 같이 EP도 만들어보고
그렇게 했지
그렇게 했는데
내가 애초에 시작이
남들보다 많이 늦었고
내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일하고 병행하려다 보니까
늦게 시작한 주제에
느리기까지 했던 거지
그래서 랩을 시작하고
첫 앨범이 나오는데 거진 4년이 걸렸어
서른이 되기 전에
앨범 하나라도 내서 다행인 것도 분명 있었지만
나도 이제
아마추어 딱지를 뗄 수 있겠구나
그리고 항상 같이 하자던 친구들과 더 멀리
바라볼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구나
생각했는데
그렇게 앨범을 내고 뒤를 돌아보니까
정말 농담이 아니라
90%는 사라지고
나머지 10% 중에서도 앨범을 낸 사람이
거의 없었어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안타까움이었어
오지랖이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텐데
나는 차라리 그런
재능있는 사람들
매니저 하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메인스트림보다 그 사람들의
음악을 진심으로 오랫동안 즐겨왔기 때문에
같이 음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몇년동안이나 회유를 계속해왔지만
이제는 깨달았어
스스로 원해야 하는 거구나
내가 오지랖 부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