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훑어 지나가
얼룩만 민망히 자리를 잡고
나 더 초라히 긴 고난의 끝으로
한 치 앞으로 다가오게 하오
나 이제 그대를 떠나오
수척한 내 몸을 힘껏 내디뎌
내 빈 가슴에 속 모르는 여유로
그 머나먼 길 떠나오
힘들고 지칠 때 돌아볼
그대의 모습을 그려도
내 기억이 장애 되어 난 무너지오
이제는 그대를 보내오 저 멀리
혹시나 미련을 만나면
냉정히 버려두고 떠나가오
나 이제는 가난한 마음을
가까스로 추슬러 달래어
그 길 걸어가오
먼 태연의 빛으로 끌려가오
더 이상 따라가오
내 남은 고민 속에서
당신은 더 이상 자리가 없소
한숨 하나로 긴 추억의 잔해가
남김 없는 백지로 돌아가오
나 이제 그대를 떠나오
본연의 내 길은 이런 거였소
무모한 날에 내 해묵은 고난도
저 길 위엔 없는 거요
나 떠나오 이제는 그래요
싸늘했던 고독을 마치고
먼 길 걸어가오
나를 볼지라도 태연히 가시오
잊었으니 더 이상 멎지 마오
그대를 잊었으니 난 무관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