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권나무/권나무

지나가는 사람 가득히
저마다 맘속에
레미레레 노래 부르는
솔직히 말하기가 그 어떤 것들 보다
쉬운 꿈만 같던 어린 시절에
해바라기가 큰 액자처럼 벽에 걸려
바래 져 가고 꽃에
미안한 맘이 들기 전에
씨를 뽑기가 그 어떤 것들 보다
쉬운 꿈만 같던 어린 시절에

단 하나 오늘은
무얼 하고 놀지 생각에
이미 흙과 놀고 있던 손으로 미도레미
커다란 나뭇가지 꺾어 들고서
노래를 부르며 달려가던 길
솔방울들로 커브를 던진 야구 선수와
그네 타고 놀던 살구 나무 아래서도
낙서들 탱자나무 열매들과
지는 햇빛과 집으로 돌아가던 우린
걱정 없이도 아무 생각 없이도
하루를 실컷 놀고서도
해가 질 때를
조금만 더 늦추고 싶었던
꿈만 같던 어린 시절에

집엔 아무도 없지만
우린 다시 보기로 약속하고
내일은 거길 가보자 안녕하고
집으로 돌아갈 줄 알았던
그 시간들이
손 인사 한 번에
그 편지 한 장에
떠나는 버스 창가에
썼다 지웠던 네 이름들이
어디에 있어도
서로 멀어 지지 않을 거라던
우리 순수하고 어린 시절에
그 맘이 하나로 보였을 때
사실 상관없었어 네가 그 편지를
받지 못했더라도
답장을 하지 않아도

하나씩 알수록 더 먼지가 쌓이고
또 털어 내다 잠시 그때로 돌아가
노래하고 춤을 추고
해가 질 때까지 우리

같이 놀자

지나가는 사람 가득히
저마다 맘속에 레미레레
노래 부르는
솔직히 말하기가
그 어떤 것들 보다 쉬운
꿈만 같던 어린 시절의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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